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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신영
가격  13,500원

동화 속 공주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 등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왕자의 구애를 받고 결혼을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공통분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그 많은 왕자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왜 그렇게 남의 영토를 돌아다니고 있었을까’.

저자는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을 동화 속에 숨어있는 당시의 관점과 역사에서 찾는다. 왕위를 이을 후계자는 ‘한 명’이다. 왕자들이 많다고 영토를 쪼개서 상속하면 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왕위를 계승하는 왕자 외에 나머지 왕자들은 본인 인생을 개척해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웃나라 외동 공주와 결혼, 처가의 왕국을 물려받는 것이다. 왕자들은 다른 공주들이 한 눈에 반할 수 있도록 현란한 말솜씨와 에티켓, 기사도를 몸에 익혀야 했다. 잠자는 공주를 깨우기 위한 동화 속 왕자의 낭만적인 키스는 환상에 불과하다.

저자는 또한 백설공주가 승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출산을 들었다. ‘늙은’ 왕비와 ‘젊은’ 공주의 대결구도로 백성공주 이야기를 분석했다.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 사회는 농사지을 땅과 노동력을 제공할 인력의 확보가 중요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에 여성의 출산 능력은 매우 중요했다.

저자는 여성을 인구 재생산의 도구로만 여기던 당시의 가치관이 백설공주 이야기에 숨어있다고 해석했다. 마녀가 공주를 저주하며 외는 마법의 주문이 사실은 늙고 외로운 왕비의 슬픈 넋두리일 수도 있다.
이런 해석은 단순히 ‘새로움’으로 관심을 끌기위한 과도한 추측에 멈추지 않는다. 중세 유럽역사와 종교 개혁, 이탈리아 통일 전쟁, 미국 남북전쟁 등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대와 밀접한 연관 지점들을 찾아 재해석했다. 

 

내일신문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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