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낸곳  새물결
지은이  토마스 핀천
옮긴이  이상국
가격  99,000원

20년째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20세기 최고의 소설가중 하나인 토마스 핀천의 대표작 ‘중력의 무지개’가 국내 초역 출간됐다.

영국의 진보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끝내기 어려운 소설 10권 목록에는 ‘중력의 무지개’가 들어 있다.

 이 소설은 1456쪽에 달하는 도무지 종잡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다. 2차 대전 말기 런던이 배경. 독일 V2로켓 탄착 지점을 추적하는 주인공 슬로스톱을 중심으로 2세기에 걸친 온갖 역사와 과학 지식으로 짜인 이야기가 종횡무진 펼쳐진다.

1974년 미국 최대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작가가 시상식장에 코미디언을 대리수상자로 보내 화제가 됐다. 난해하기로 소문이 난 이 작품을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미국 작가 멜빌의 ‘모비딕’과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합친 듯하다는 수식어가 바로 그것이다.

두 소설 다 일반 독자들이 흥미 삼아 읽기에는 시쳇말로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다.

‘중력의 무지개’는 출간 직후 20세기 고전으로 자리 잡은 기념비적인 소설이지만 작가 토마스 핀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인터뷰를 하지 않고 사진 촬영도 하지 않는 만큼 전혀 언론에 노출돼 있지 않다. 공식석상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핀천을 독자들이 접했던 건 2004년 만화영화 ‘심슨네 가족들’의 목소리 출연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핀천이 방송사에 요구해 얼굴에 종이 봉지를 씌운 채 목소리만 출연했다고 한다.

미국 대학생들이 읽고 내용을 이해하기도 만만치 않은 책이지만 반드시 끼고 다녀야 ‘지식인’ 흉내를 낼 수 있다는 책이기도 하다.

핀천의 또 다른 걸작인 ‘49호품목의 경매’를 번역했던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메시지가 많고 무거운 소설이라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지만, 현대 영미문학을 논할 때 꼭 읽어야 할 소설이다. 과학과 문학을 접목시킨 융합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소설의 제목 ‘중력의 무지개’는 대포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 지구의 중력이 대포를 땅으로 잡아당기는 것처럼 지금 우리를 잡아당기는 것은 좌우 이데올로기와 민족주의로 가장한 테러리즘 등이며 이런 ‘중력의 무지개’로부터 벗어나 하늘로 솟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유하고 있다.

핀천은 20여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은둔벽을 생각하면 수상하더라도 수상식장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소설보다도 더 흥미로운 소설가의 삶이다.

내일신문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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