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 성공소식은 근래에 없던 낭보다. 자고나면 답답하고 짜증나는 뉴스뿐인 시대에 우리도 우주강국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신호를 반기지 않을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두 차례 발사실패와 세 차례 발사 연기 등, 열한 번째 시도 끝에 거둔 성공이어서 더욱 값지고 감격스럽다.

카운트다운 직전 발견된 하자 때문에 발사대에서 내려져 수리와 점검이 거듭된 터여서 ‘이번에도 또…’ 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북한이 은하3호 발사를 성공시킨 뒤끝이어서 더 다행’이라는 사람도 많다. 열한 번째 스페이스 클럽 가입국이라는 국제사회 지위가 뿌듯하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가장 중요한 1단로켓이 통째로 러시아 제품
그렇지만 너무 성공에 도취할 일은 아니다. 나로호 발사 성공이 자축할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한국의 우주강국 자격증은 아니기 때문이다. 발사체의 핵심 중 핵심이 우리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고속철도 개통 당시와 같은 기분이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한 천문과학자는 나로호 성공소식에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한 편으로 속이 시원하면서도 한 편으로 통증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찝찝한 기분이라고 했다. 우주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이 통째로 러시아 제품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열한 번째 스페이스 클럽 회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부분을 거론한다. 어떤 전문가는 정부의 한국형 발사체 개발계획에 대해 ‘2002년으로 회귀했다’고 말할 정도다.

자국 영토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사체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나라를 스페이스 클럽 회원이라 한다면, 그 말을 입에 담기가 좀 부끄러운 게 사실이다. 이제부터 우리 발사체 개발에 나서야 하게 된 사실을 들어 처음 발사체 개발에 나섰던 2002년으로 회귀했다고 할 정도이니, 우주강국의 꿈은 아직 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주과학 선진국 가운데 핵심기술인 발사체 개발기술을 전수해줄 나라는 없다. 나로호 발사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 우주과학 기술이 2002년으로 되돌아갔다는 말은 자력개발 원점에 서게 되었다는 뜻이다.

1998년 북한 대포동 미사일 발사에 충격을 받은 청와대는 과학계에 2005년까지 우주로켓 발사를 성공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제로 상태인 우주과학 기술이 몇 년 사이에 그렇게 발전할 수 있을까. 도리 없이 선택한 것이 러시아 발사체 도입이었다. 발사체 개발기술 이전이 조건이었지만 러시아는 그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급한 것은 한국 정부였다. 기술이전 보장이 확보되지 않은 협정체결이 2006년이었다. 두 차례 발사가 실패하고 세 차례 발사가 연기되는 사태에서 우리가 수습의 주도권을 쥐지 못 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과학과 기술은 정치가 다그칠수록 엇나가
우주과학 선진국들 모두가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실패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우주과학에는 실패란 말이 없다고 한다. 성공유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과학에 일임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어떠했던가. 처음부터 정치가 개입되었고,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된 일이 마지막까지 정치에 휘둘렸음을 증언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목표를 앞당기겠다는 의욕을 공언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정치다. 과학과 기술은 정치가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엇나간다는 것을 경험하고도 또 무엇으로 점수를 따려는 것인가. 제발 과학에 맡겨두고 선진국들처럼 거국적인 지원만 해주기 바란다. 
 

 

내일신문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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