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로버트 퍼트넘, 데이비드 캠벨
옮긴이 정태식, 안병진, 정종현, 이충훈
펴낸곳  페이퍼로드
가격  48,000원

미국에선 무종교인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도 증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종교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가 이른바 종교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건 누구나 추측 가능한 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퍼트남과 캠벨은 단연코 ‘노(No)’라고 말한다.

이 책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미국인을 대표하는 표본 샘플 5700여명을 인터뷰해 그 결과를 담았다.

저자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부모로부터 전승·계승되던 과거와 달리 종교가 개인에 의해 선택되고 결정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종교간 이동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인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의 인간적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급기야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과의 친분, 나아가 결혼도 늘리고 있다.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가 갈등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신앙 사이의 관용성이 높아지게 됐을까.

언뜻 생각하기엔 그들이 가진 신학이나 종교적 신념체계에 힘입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목사나 신부 등 종교 지도자들의 가르침이나 권고를 통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냐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들은 교회나 성당 등에서 다른 신도들과 갖는 사회적 관계, 이를 통해 맺어지고 확대된 사회 연결망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즉, 종교 공동체를 통해 ‘특별히 깊어진 우정’을 나눌 친구를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시민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게 되고 이것이 신앙 간 관용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타 종교에 대한 관용과 수용은 나아가 구원 독점 태도까지 변하게 했다. 책에 따르면 기독교가 아닌 타 종교를 믿는 자들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 확대돼 주류 개신교(79%)와 가톨릭(83%)은 물론이고 가장 보수적인 복음주의자의 54%가 기독교의 구원 독점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퍼트남과 캠벨에 따르면 종교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종교 다원성과 신앙성의 공존이라는 모순상황이 가능하게 된 것은 다양한 신앙 체계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맞물려 있는 인간적 관계망 창조 덕분이고, 이것이 바로 미국이 신으로부터 받은 축복, 즉 이 책의 제목인 ‘아메리칸 그레이스’라는 것이다.
 

 

내일신문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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