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발따사르 뽀르셀
옮긴이  조구호
펴낸곳  책보세
가격  13,000원

발따사르 뽀르셀이 쓴 최초의 본격 모험소설인 ‘밀수꾼들’은 에스파냐어와 까탈루냐어로 씌어진 작품으로 지중해에 관한 소설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발따사르 뽀르셀은 생소한 작가이지만 무려 24개 문학상을 받고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었을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유럽은 물론 베트남어로까지 번역 소개되었을 만큼 광범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고 ‘해양문학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소설의 무대는 지중해이고 그 중에서도 마요르까 섬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과 에스파냐 출신 부인 마리아 돌로레스 딸라베라(일명 로리타 안)가 살았던 곳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한 무리의 밀수꾼 사내들이 ‘보따폭’호에 밀수품을 잔뜩 싣고 에스파냐와 아프리카가 맞닿아 있는 지브롤터 해협을 출발해 지중해로 출항한다.

작가는 밀수선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무수히 접해야 하는 긴장감 넘치는 여헹에 참여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시적으로, 관능적으로, 아이러니하게, 비극적으로,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황금양털을 찾아 아르고스 호를 타고 떠났던 그리스 신화를 차용하고 있다. 황금양털을 찾아 아르고스 호를 타고 떠났던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이 지중해의 매혹적이면서도 거친 모습을 생생하게 겪었던 것처럼 밀수꾼들은 환상과 패배의 거친 삶을 맛본다.

신화 속의 아르고스 호 선원들이 발따사르 뽀르셀의 펜을 통해 현대의 밀수꾼들로 멋지게 환치돼 되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도 ‘아르고스 호의 선원들’이다.

발따사르 뽀르셀은 지중해 문화에 깊숙이 투영된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을 통해 인간과 세상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하루하루 겪게 되는 망망대해의 매혹적인 외로움, 선원들의 발가벗은 듯 적나라한 선상 생활, 언제 어느 곳에서 불시에 닥쳐올지 모르는 온갖 위험 앞에 노출된 선원들의 불안과 본능적인 방어의 심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현대인의 삶이 투영된 바다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발따사르 뽀르셀의 작품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없다. 이번에 에스파냐어 문학 전문 번역가인 조구효 교수가 뽀르셀의 대표작 ‘밀수꾼들’을 번역 소개하면서 비로소 우리나라 독자들도 그의 작품 세계를 접하게 됐다.


내일신문 안찬수 기자 kjaein@naeil.com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