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주일 박근혜정부는 지금 만신창이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새정부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북핵 등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무회의도 2주 만에 처음 열린다. 정부조직법은 아직 국회 계류중이다. 예견대로 새누리당은 존재감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다. 

이렇게 된 데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에게 책임을 돌린다. 하긴 정부조직법을 언론사 사장 검찰수사와 맞바꾸려 한 민주당의 꼼수를 보면 ‘발목잡기’라는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야당만 탓한다면 그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양쪽 다 잘못됐다’라는 의견이 높다. 심지어 대통령과 여당이 더 문제라고 보는 조사도 있다. 새정부 출범에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는 국민 눈에도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력 부재가 눈에 띈다는 의미일 것이다.


 
비판적 평가 받고 있는 대처 리더십 연상돼
사실 새정부 출범이 이렇게 구겨진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박 대통령은 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과반 득표를 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다. 그만큼 든든한 정치자산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선 후 박 대통령은 이 자산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에게서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의 대처 총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성이면서도 자신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대처 리더십이 오버랩 되기 때문일 것이다. 대처리즘이 비판받고 있는 지금 ‘나홀로’ 밀어붙이다 외로워졌던 말년의 대처와 박 대통령이 많이 닮아 보인다면 불경인가?

박 대통령이 참고해야 할 것은 대처가 아니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2010년 미국 건강보험 개혁안을 놓고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여론도 오바마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 지도부와 7시간이 넘는 끝장토론을 벌였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극우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해 보수층을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해외순방을 두번이나 연기하는 외교적 결례도 감수했다. 민주당 반대파 의원을 에어포스원에 태우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100년 만에 건보개혁을 끌어낸 배경에는 오바마의 이런 ‘설득의 리더십’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시퀘스터(예산자동삭감) 문제 해결을 위해 사사건건 대립해 온 자신의 ‘저격수’까지 초청하는 등 맨투맨식 설득에 들어갔다.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하는 기준은 국민소득만이 아니다.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으로도 나눌 수 있다. 국민소득 3000불 이하의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압박의 리더십’이 통했다. 하지만 2만불의 민주화 된 시대에는 ‘설득의 리더십’이 아니면 복잡하게 얽힌 국정을 풀어나갈 수 없다.


 
민주화 된 시대, 권력은 설득에서 나온다
존 F 케네디의 조언자이자 대통령학 전문가인 리처드 뉴스태트(Richard Newstadt) 교수는 ‘대통령의 권력 Presidential Power’이라는 역저를 통해 ‘바람직한 대통령 리더십은 부드러운 설득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력은 설득에서 나온다’라고도 했다.

물론 압박이 필요한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압박도 국민이라는 우회로를 택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진심이 통하면 민심이 대신 나서게 돼 있다.

대통령 담화 후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게 아닌데’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문제는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는 점이다.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기대를 접기는 아직 이르다. 박 대통령의 정치공력으로 볼 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설득이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게 틀림없다. 이게 한낱 봄꿈인가.

 

내일신문  남/봉/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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