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디자인을 함께 발굴하는 협업시스템 구축”

▲강대련 대표
2000년 이후 경제불황 주기가 짧아지면서 기업들은 예전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소비패턴도 유행에 민감해지면서 제품 수명도 짧아졌기 때문이다. 또 대량생산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기업들은 소량생산을 선호하게 됐다. 이같은 산업 경향에 따라 시제품 생산과 전시용 모형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결과 목업 제작 업체들이 늘었다.

목업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외부 제작 의뢰를 하지만 막상 목업 제작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신제품 모형이라는 이유로 한 개만 제작하고 제작 보안까지 유지하다 보니 가격이나 시장규모에 대한 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가산동 서울디지털3단지에 있는 (주)성원엔지니어링(대표 강대련)은 목업 전문업체. 1986년부터 국내 대기업 개발부서에서 신제품 개발 경험을 쌓던 강대련 대표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춘 목업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판단하고 2002년 창업했다.

당시 2002 월드컵으로 휴대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동시에 매장 진열용 모형 수요도 크게 늘었다. 국내 목업 제작 업체가 10여개사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몇몇 업체는 선박, 대형 기계 등 대기업 프로젝트 관련 목업을 제작하고 있었다.

 

휴대폰 목업 제작으로 사업기틀 마련
휴대폰 목업 제작 납품으로 사업기틀을 마련한 강대표는 수많은 종류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사내 인프라 구축에 들어갔다. 휴대폰과 함께 늘어날 액서서리 등 다른 제품의 목업들이 필요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노트북, 멀티미디어 기기 수요가 대폭 늘어나리라 판단하고 노트북 등 IT 기기에 대한 디자인 트렌드 분석에 들어갔다. 단순 목업 주문 납품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목업 제작과정에서 디자인을 거꾸로 제안했다. 고객들은 제품 생산에 앞서 디자인을 확인하고자 목업을 만들다 보니 강대표의 이같은 제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는 고객와 디자인 협업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강대표는 설비 투자를 늘렸다. CNC 장비를 비롯해 고가의 장비와 S/W를 구입했다. 고객 수요가 늘고 소문이 나면서 대기업의 사출 성형 목업과 수처리 시설, 요트제작 조선소 등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왔다.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장비를 추가로 도입했다. 기업 부설 목업연구소도 설립했다.

강대표는 “목업은 단순히 모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품 생산에 앞서 제품의 특징과 작동 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품의 기술적 특성이 정확히 반영되어야 한다. 목업 의뢰 고객이 매우 신중하고 품질에 민감하고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며 목업 생산 시설을 표준화하고 고객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제품 모형에서 벗어나 생활형 목업으로 확장
각종 기계와 설비의 목업 제작도 시작하면서 CAD/CAM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목업 제작 시스템을 개발했다. 분야별 전문성도 높였다. 특히, 외장하드 등 IT 목업분야에 경험이 축적되면서 관련 기업들로부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목업 대상도 넓히고 있다. 유명인 인형 제작 남품 등 소비자들이 목업을 경험할 수 있는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역사 박물관, 자연 박물관 등에 목업 제안을 하고 있다. 박물관이 크게 늘면서 예전과 달리 조악한 모형으로는 관람객들 눈높이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강대표는 ‘목업’이 창의를 중요시하는 사업이라며 “사업화 성공 여부나 아이디어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논의하며 즐기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유로운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그 속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야 고객들이 아이디어를 요청해 온다. 성과보다 창의를 우선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강대표는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창출하고 고객이 요청하게끔 만드는 과정에서 기업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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