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중소벤처 기업에게 가장 적합한 품앗이”
소프트웨어산업과 의료기기산업 등 협동조합 적용범위는 넓어

 
지난해 12월1일 5명 이상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 그에 따라 협동조합 설립 신청이 크게 늘어 3월 10일까지 총 647건이 접수됐으며 그중 481건이 수리됐거나 인가를 받았다. 법시행 후 하루평균 6.5건이 신청된 셈이다. 정부도 지난 15일 물가관계 부처회의에서 협동조합이 물가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협동조합 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5년간 1만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5만 개에 이르는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김기태 (사)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을 만나 협동조합이란 무엇이며 중소 벤처기업과 협동조합의 관계 등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협동조합이란 주식회사처럼 사업을 하기 위한 조직의 한 종류다. 다만, 목적과 운영방식에서 영리만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와 차이가 있다. 주식회사와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협동조합은 우선 투자자(주주) 소유기업이 아니라 사업 이용자가 출자하여 소유하는 이용자 수요기업이다. 따라서 주주가 아닌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둘째, 주식회사는 ‘1주1표’인데 반해 협동조합은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 1표제’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소수 주주의 지배가 아닌 다수의 평등한 지배구조를 갖는 사업체이다. 셋째, 사업 영위로 발생한 이익(윤)을 출자자에 대한 배당보다 사용자에 대한 배당을 우선하고 있다. 출자자가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배당을 더 받게 돼있어 결국 구매단가가 낮춰지는 효과가 있다. 협동조합은 ‘생산자-소비자’가 하나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몇해 전 이를 뜻하는 프로슈머(prosumer)란 경제학 용어가 등장했는데 오래전부터 생산자-소비자가 하나란 인식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각종 ‘계’와 ‘두레’가 흔할 정도로 많았다. 품앗이 정신으로 서로 돕고 자립을 도모하는 우리 민족의 슬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일제때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를 수탈하기 시작하면서 ‘동업하면 망한다’는 말이 퍼지며 이같은 전통이 사라졌다. 아마도 자립을 막기 위한 일제의 술책이지 않나 싶다.

 

최근 협동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렸다. 가난하더라도 개인이 열심히 공부하면 그만큼 성공하고 사회 경제적 계층 상승이 가능했다. 또 누구누구는 성실히 일해 큰돈을 벌고 자수성가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 1998년 IMF위기를 거치면서 이같은 말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벤처 붐이 일면서 몇몇 벤처신화가 등장했으나 이역시 물거품이 되고 있다. 그나마 부동산과 주식 등 개인자산가치가 버팀목이었으나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심리적 안정도 무너졌다. 개인으로 보면 더 이상 계층 상승이 불가능해진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이 이어지는 양극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경제적 허탈감과 불안감이 “함께 잘살자”는 위기의식과 ‘품앗이 정신’이 지금의 협동조합 설립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과 협동조합의 관계는?
지금의 협동조합 운동은 유럽 생산자 협동조합이 그 모태다. 사업자들이 모여 함께 원자재도 구매하고 판매도 함께 하며 이익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 우리나라에도 예전부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운영되어 왔으나 여러 이유로 활성화가 안됐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중소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모델이다. 우선, 업종별 중소벤처기업 협동조합을 고려해볼 수 있다. ‘벤처기업’은 고수익을 보장할지 모르지만 고위험을 늘 안고 가야한다. 따라서 실패에 따른 피해가 너무 크다. 벤처기업이 협동조합을 꾸리면 고위험에 따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례로 기업 소모자재(MRO)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어 소모품 구매에 따른 일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협동조합에 적합한 중소기업들은 무엇이 있나?
벤처기업중 협동조합에 적합한 업종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먼저 S/W개발과 벤처 컨설팅업이다. 이들 지식산업은 개인 체득과 습득이 주요 경쟁력을 이루는 대표적인 암묵지 산업으로 협동조합처럼 함께 모이면 엄청난 시너지를 낳을 수 있는 업종이다. 또 협동조합은 감시가 쉽지 않은 중소벤처업종에도 적합하다. 감시가 쉽지 않은 업종이란 서비스업이나 영업직종을 예로 들 수 있다. 협동조합은 구성원의 자발성을 기본 운영철학으로 하기 때문에 파견이 잦은 SI 업종은 매우 적합하다. 셋째, 공동개발과 공동영업이 필요한 업종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의료기기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의료기기 산업은 특성상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따라서, 중소 의료벤처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수직 하청 계열로 전락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를 함께 아우르는 산업의 형태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적극 요구된다. 그밖에 중소기업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G밸리 중소벤처기업에게 협동조합이란?
G밸리는 대표적인 지식산업단지로서 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한 곳중 하나다. SI업종이 많다보니 프로젝트 단위로 인력이 움직이고 인력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보니 높은 인건비 탓에 벤처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손해보고 사업하는 경우도 많다는 말을 들었다. 벤처기업 특성상 고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망하면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자신은 물론 가정까지 파괴돼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잘못된 운영 방식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의 장점은 살리되 다같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직원협동조합’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또 이들이 모이는 협동조합 연합회를 구성해 공동으로 대기업과 상대하고 인력채용을 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G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협동조합 상담과 컨설팅을 강화하겠다.

 

대담·정리 =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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