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규모 여성벤처 창업펀드 조성 … ‘3C 운동’ 전개

▲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사)여성벤처협회는 지난 1월 30일 올해 창립 15년을 맞아 제8대 회장으로 (주)한국맥널티 이은정(49세) 대표를 선임했다.

이은정 회장은 취임식에서 ‘창조경제의 새로운 리더, 행복한 여성’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여성이 앞장서서 신(新) 벤처 시대를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 여성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 여성벤처 대내외 위상 제고 △ 여성벤처기업의 역량강화 △ 회원사의 파트너 역량 강화를 제시하고 실천계획으로 ‘성숙한 비즈니스 문화’, ‘여성벤처업계의 홍보 강화’, ‘청년여성벤처 창업 촉진’, ‘여성벤처 전용펀드 조성’ 등의 주요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회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여성벤처기업 간 생산적인 교류 협력으로 업계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통해 여성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큰 축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어야”
최근 많은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전통적인 남성영역으로 여겨지던 사관학교에서는 수년째 여성이 수석졸업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규 법관 임용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여성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어 가히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임을 실감케 해준다.

이에 비해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저평가돼 있다. 아직도 경제계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여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창업 일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이 회장이 강조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등록된 벤처기업 2만8000개중 여성벤처기업은 7.7%에 불과한 2100개.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여성의 무한 잠재력을 느낄 수 있는 수치다. 이 회장은 1993년 창업했으니 여성 벤처 1세대라 불리울 수 있다.

“여성은 우리나라가 최후의 자원입니다. 따라서, 창조경제란 여성이 경제의 중심이 되는 따뜻한 사회를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멈추지 않고 4만달러 시장을 열기 위해서는 여성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이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자라날 수 있으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도 꽃피울 수 있다는 것.

 

커피로 뛰어든 청년여성벤처 1호
이 회장이 창업에 뛰어든 시기는 20년 전.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우리나라가 원두커피 불모지란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커피시장은 동결건조 커피가 대부분이었으며 원두커피는 백화점과 호텔에서만 취급했다.

이 회장은 미국 원두커피 브랜드 ‘맥널티’로부터 계약을 맺고 국내 커피숍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커피숍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나마 구매계약을 맺은 커피숍들도 대금지급을 미루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도 뒤따랐다. 조용히 회사생활하다 시집이나 갈 것이지 여자가 무슨 사업이냐며 대놓고 구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점주는 노골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대금 지급을 늦게 줘도 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남자는 딸린 식구들이 많다는 거예요”라며 이 회장은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를 회상한다.

전략을 바꿨다. 사업 시작한지 2~3년이 지난 1996년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유통시장을 개방하면서 까르푸를 비롯한 대형 할인점 시대가 열렸다. 소비자에게 직접 원두커피를 나서자고 결심했다. 이 회장은 결심과 동시에 행동에 나섰다. 당시는 소비자들이 원두커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터라 시음회를 늘리고 포장도 내용물이 보이게끔 했다. 쉽게 마실 수 있도록 티백도 개발했다. 또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원두커피 인식 확대에 노력했다.

공격적인 경영에도 나섰다. 원두커피 대중화를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형 로스팅 시설을 갖췄다. 그때까지 우리나라 원두커피 업체 대부분은 로스팅 완제품으로 수입에 의존했다. 따라서 관세를 비롯한 수입원가가 높아 대중화가 어려웠다. 커피 원두만을 들여와 로스팅하니 판매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동시에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원두커피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이때부터 ‘벤처’를 몸소 실천했다고 말한다.

“흔히 커피도 벤처냐고 하는데 벤처는 도전과 혁신 속에 새로운 부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신(新)벤처는 융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어느 기업이든 모두 벤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여성과 벤처는 창조경제의 핵심”
이 회장은 여성벤처협회장을 맡아 자신이 겪은 수많은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나섰다. 일반적으로 여성기업은 도소매업이나 음식 숙박업이 63.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성기업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를 부르고 부가가치 창출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 회장은 우선 여성벤처협회를 통해 ‘3C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3C 운동이란 △ 카페(Cafe) 비즈니스, “술집이 아닌 카페에서” △ 클린(Clean) 비즈니스,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 △ 쿨(Cool) 비즈니스, “멋지게 하자” 는 것으로 여성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운동을 일컫는다.

또 300억원 규모의 여성벤처 전용펀드와 여성벤처 엔젤투자 조합 설립 계획도 내놨다. 투자유치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여성들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벤처 창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여성벤처기업의 실태파악에도 나섰다. 연간 1회의 실태조사와 4회의 동향조사 등으로 여성벤처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대정부 건의 등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여성벤처지원 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성장단계별로 여성벤처기업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통합 생태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300명의 청년창업지원교육으로 120개의 사업화 팀을 조직하기로 했다. 창조적 여성리더포럼과 재직자 역량교육, 글로벌 역량평가사업 등으로 여성벤처기업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회장은 여성이 수많은 아이디어로 우리 생활의 혁신을 일궈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농부가 모를 심기 전 모판에서 미리 양육하듯 여성들이 기업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여성벤처 모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여성기업 지원제도가 역차별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 회장은 답했다.

“남성기업이 중량급 선수라면 여성기업은 이제 경량급 권투선수와 같아요. 링에서 맞붙으라고 하면 불공정한 게임이죠. 어느 정도 중량급 선수로 성장해야 동일한 룰로 경기를 치룰 수 있듯 여성벤처기업에게 배려해야 합니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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