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이 가득한 항구와 즐비한 공장들 그리고 미군 부대까지, 외지인이 선뜻 다가가기에 낯선 도시 평택의 첫 느낌이다. 그런데 얼마 전 그곳에 터를 잡고 산다는 지인의 전화 한 통에 평택이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라 당일 여행 코스로도 부담이 없고, 전통시장과 다국적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평택국제중앙시장은 대한민국 속 작은 세계 그 자체다.

항만의 세계를 한눈에  평택항 홍보관
평택 하면 평택항을 빼놓을 수 없다. 고깃배 드나들던 한적한 포구 평택항이 지금은 수도권의 관문이자 중부권의 거점 항만으로 발전했기 때문. 그래서 평택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평택항 홍보관’. 전시 내용도 딱딱하고 아이들이 즐길 체험거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홍보관은 예상외로 흥미로움 그 자체다.

평택항의 역할과 비전이 주제인 제1전시실에 들어서자 천장까지 솟은 빨간 등대가 반겨준다. 발 빠른 아들은 어느새 컨테이너를 든 크레인 축소 모형 앞에서 “컨테이너를 큰 배에 싣는 거 뉴스에서 많이 봤어요”하며 신기해한다.

 
제1전시실에서 우리 가족의 눈길이 멈춘 곳은 평택항의 자랑거리인 국제자동차부두 영상물. 자동차를 선박에 실을 때 옆 차와 10cm 간격으로 주차하는 모습과 빼곡히 주차된 자동차들이 초대형 카 캐리어선에 실려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평택항의 이모저모를 보며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에 으쓱해진 마음을 안고 제2전시실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해양 개척사와 등대 이야기 그리고 방문 기념 사진 촬영 코너와 게임 존으로 꾸며졌는데,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단연 게임존이다. 정해진 시간 에 핸들과 페달을 이용해 대형선박을 평택항에 접안하고, 컨테이너를 옮기는 게임 등 항만 작업을 체험할 수 있다. 남편과 아들은 내기까지 하며 한동안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홍보관 마지막 코스인 3층에는 평택항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실, 실제 평택항과 서해대교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었다.

다국적 문화 체험이 가득한  평택국제중앙시장

 
외국에 온 걸까? 평택 여행의 하이라이트 ‘평택국제중앙시장’에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건 건장한 외국인들의 모습이다. ‘경기도의 이태원’이라고 하더니 제대로 실감 난다. 가게 간판도 영어로, 물건 값도 달러로 표시되었고, 호프집 앞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는 외국인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한가한 봄날 오후를 만끽한다. 이곳에서는 외국인이 현지인이고, 우리는 낯선 관광객이 라는 착각을 들 정도.  
 

생소하면서도 묘한 설렘을 주는 평택국제중앙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부대가 들어서면서 생성된 곳으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주한 미군 주둔지인 K-55 기지의 주변 지역인 ‘송탄관광특구’에 위치하며, 요즘은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관광객도 많다. 또 브라질 멕시코 인도 태국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대한민국 속 작은 세계로 불릴 만하다. 

우리 가족은 먼저 평택국제중앙시장 초입에서 만난 기찻길을 따라갔다. 시장 초입에서 발견한 이 기찻길은 사람이 다니는 인도 위에 그대로 노출됐고, 건물 사이를 관통하기도 한다. 근처 시민에게 물으니 ‘시장과 미군 부대를 잇는 철길’인데, 요즘도 한 달에 한 번 미군 부대에 필요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용도로 쓰인다고. 운행 날짜가 정해지지 않아운 좋으면 기차를 만날 수도 있다.

35년 가죽공예 장인에게 직접 배워본  가죽 팔찌 공예’
시장 골목을 걷다 ‘인디안 가죽공방’이 눈에 띄었다. 유리창 밖에서 보이는 가방 신발 조끼 지갑 등 다양하고 멋스런 가죽 제품에 저절로 시선이 멈춘다. 공방으로 들어가니 인상 좋은 할아버지가 우리를 맞는다. 가죽공예만 35년째 이어온  장인 조영철씨.

젊은 시절 미국 출장길에서 우연히 가죽공예의 매력에 빠져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공방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잘 알려진 유명 인사가 되었다. 실제로 공방 안에는 그를 소개한 일본과 국내 신문·잡지 기사들이 벽을 가득 채웠다. 

지금도 각지에서 가죽공예를 배우러 오는 이들이 많다고. 또 다목적 문화 카페 ‘살롱엠’에서 지역민과 상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가죽공예 체험 진행도 맡고 있다.
체험하는 날짜나 시간이 맞지 않아 가죽공예 체험을 포기하려는데, 아들의 애처로운 눈빛을 본 주인 할아버지가 가죽 팔찌 만드는 체험을 허락하신다.

 

아들 정범이는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아빠를 위한 팔찌를 만들기로 했다. 아빠의 손목 둘레를 재고 가죽을 재단해 물을 묻힌 뒤 무늬를 새기고 염료를 입혀 단추를 다니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표 가죽 팔찌가 완성된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가죽 팔찌다. 난생처음 팔찌를 손목에 차보는 아빠의 얼굴에 설렘 가득한 웃음꽃이 핀다.

 

취재·사진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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