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n이 만난 사람. 김시출 ㈜엠제이플렉스 대표

 
    매스컴 전문 취업포털 ㈜엠제이플렉스의 김시출(45) 대표는 최근 구인·구직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와 관련해 할말이 많아 보였다. 과거에는 학점과 토익성적과 같은 ‘외부스펙’취업시장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주요한 지렛대가 되었다면 최근에는 ‘내부스펙’이 주목받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예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학점이나 영어성적 등 겉으로 드러나는 ‘외부 스펙’이 좋지 않은 사람이 드뭅니다.평균 평점이 3.0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토익도 850점을 넘는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최근 들어‘학점 인플레’란 말이 나온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죠. 하지만 ‘외부 스펙’이 좋다고 실제 직장에서 일을 잘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기업들은 창의적인 마인드나 일에 대한 열정,책임감 등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회사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즉‘내부 스펙’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생들도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인재파견이나 채용대행, 헤드헌팅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엠제이플렉스에도 최근 들어 성적이 우수한 사람보다는 실무적인 업무 자질이 뛰어난 사람을 찾아달라는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매칭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요즘 ‘창조경제’가 화두고 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기업에서도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인재,다시 말하면 성적도 뛰어나면서 창의적이며 책임감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전체 구직자의 10%가 채 되지 않을 겁니다.기업과 구직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기업이나 구직자 모두 인식의 전환 시급
취업시장이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편되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구직자 모두에게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스펙 경쟁에 ‘올인’하는 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많은 경우 기업들이 겉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외형적 조건’도 보는 소위 ‘이중적인’잣대를 구직자들에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에선 여전히 명문대학 나온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요. 채용시 학력이나 나이 등을 묻지 않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요소들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서는 많이 남아 있어요.하지만 제가 이쪽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봐서 잘 아는데 지방대생이나 고교 졸업생 중에서도 똑소리 나게 일 잘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학력 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에 제대로 일해 볼 기회도 잡지 못한다는 건 우리 사회 전체로 봐서도 분명 손해입니다.”

아내와 동업하면서 매출 급상승하기 시작
김 대표는 공대(연세대 생명공학과) 출신으로는 드물게 졸업 후 케이블방송(동아TV)에서 PD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학창시절의 꿈은 대우그룹의 김우중 전 회장처럼 대기업의 그룹회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우연히 본 PD공채 시험에 합격하면서 매스컴 쪽으로 발을 디디게 됐다. 하지만 개인사업에 대한 꿈은 사그라들지 않고 그의 마음 한켠에 계속 남아 있었다.

“아마 1996년이었을 겁니다.‘PC 한 대로 월 1억 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어요.당시엔 천리안,하이텔과 같은 PC통신이 유행이었는데 초창기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IP(정보제공) 사업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친구들이 더러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PD 생활하면서 ‘아이피월드’라는,지금의 엠제이플렉스의 전신격인 회사를 만들었죠.물론 집에서 하는 재택근무였지만요.”

야심차게 출발은 했지만 첫결과는 보잘 것 없었다. 한달 매출이 고작 2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당시 잡지사 기자였던 와이프에게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죠. 다행스럽게 와이프와 동업한 이후부터 사업이 호전되기 시작했어요. 97년 월매출 2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10배(!)나 급성장하더니 이후 500만원,1000만원으로 급상승 커브를 나타냈지요.”

종합 HR그룹을 지향하는 엠제이플렉스는 현재 매스컴 취업포털인 미디어잡, 디자인 취업포털 디자이너잡 등을 운영하며 최신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대학, 기업과 제휴해 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취업지원 사업도 병행한다.지난 2009년 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으로부터 ‘고용서비스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다시 한번 재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인터넷보다는 항상 종이신문을 가까이 해야
매스컴 취업포털을 운영하는 김 대표이지만 인터넷과 종이신문에 대해 그는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었다.
“요즘은 신문을 보기 힘든 시대입니다.지하철을 타든,버스를 타든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거나 검색하지 종이 신문은 쳐다보지 않지요. 하지만 저는 직원들은 물론이고 제가 만나는 사람,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꼭 신문을 꼼꼼히 보라고 권합니다.”

굳이 ‘종이신문의 위기’라는 거대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공감하는 ‘인터넷·스마트폰 대세’인 요즘 시대에 이게 무슨 ‘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인’ 훈계인가?

“뭐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인터넷은 매체의 속성상 더 많은 방문자를 끌어들여야 합니다.이를 위해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선정적인 콘텐츠입니다.네이버가 얼마전 초기화면에 뉴스스탠드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이후 각 언론사들이 방문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대문에 올리고 있는 게 좋은 예죠. 또 인터넷은 순간적입니다. 한번 보고 나면 스쳐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신문이란 매체는 그렇지 않죠.일단 펼쳐 놓고 보면서 생각하면서 볼 수 있어요. 중요한 기사는 따로 프린트하거나 스크랩할 수 있는 것도 신문만의 장점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이런 제가 너무 구세대적인가요? (웃음)”
엠제이플렉스의 사무실 앞에는 한자로 ‘有志竟成(유지경성)’이라는 한자어가 붙어 있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뜻을 세우니 마침내 이루어진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슨 일이든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본 다음 차근차근 뜻을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 직원들에게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굳건하게 뜻을 세우고 한방향으로 매진하는 사람에겐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길은 열리는 법이니까요.”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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