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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 잡는 봄철 보약,재첩섬진강 따라 올라오는 재첩 맛
미즈내일  |  editor@miz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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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17  08: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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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을 많이 거느릴 정도로 번식력 왕성해 ‘재첩’
고운 모래가 많아 모래가람, 다사강, 두치강이라 불리기도 했던 섬진강. 속이 들여다보이도록 맑은 섬진강 강바닥 모래를 거랭이로 긁어 물에 띄운 소쿠리에 쏟아 붓는다. 조리로 쌀을 일 듯 소쿠리로 강물을 일어 모래는 버리고 재첩만 남긴다. 다시 그 재첩을 아미로 걸러, 작은 것은 강으로 돌려보내고 사람이 취할 것만 취한다. 

모래가 많은 진흙 바닥에서 서식하는 민물조개 재첩은 물 맑은 일급수에서 사는데, 번식력이 왕성해 하룻밤 사이에 3대 손을 볼 정도로 첩을 많이 거느린다 하여 ‘재첩’이라 부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 사람에게 재첩국은 최고의 해장국이자 춘곤증 극복 음식이며, 불끈불끈 힘이 나게 하는 보양 음식이다.

특히 춘곤증에 효과가 좋은데, 소화가 안 되고 매사 무기력해 병원을 찾아도 이상이 없으니 봄을 타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 장기 중 간장(肝臟), 즉 간이 제 몫을 다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봄이 되어 활력은 고사하고 간 기능뿐 아니라 면역력도 떨어지니 간장에 좋은 타우린 성분과 비타민, 미네랄이 들어있는 섬진강 재첩이 필요하다. 맑고 깨끗한 섬진강에서 자라는 재첩이야말로 봄의 싱그러움이요, 간의 회복과 피로 회복 그리고 춘곤증 예방을 위해 자연이 준 귀한 보물이다.

'강 조개’라는 뜻의 갱조개는 재첩의 방언
엄지 손톱만 한 재첩을 경남 하동 어르신들은 ‘갱조개’라 한다. ‘강 조개’라는 뜻에서 파생한 하동의 방언이다. 이 갱조개, 재첩을 커다란 솥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팔팔 끓으면 소금으로 간을 하고 끓어오를 때마다 저으면서 두세 번 정도 끓어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끄면 완성이다. 재첩만 건져 차갑고 맑은 물에 넣고 치대어 헹구면 껍데기가 벗겨진다. 이 껍데기를 일면 말간 물속에 푸르스름하고 뽀얀 재첩 살만 남는다. 이렇게 골라낸 재첩 속살의 물기를 빼 국물과 합하면 재첩국이 완성된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재첩 요릿집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다. 하여 재첩국 한 그릇 먹을라치면 강을 따라 달리게 되고, 재첩 상을 받으려면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강을 곁에 두고 먹게 된다. 섬진강은 재첩국 상의 필수 반찬이다.

   
 
맛난 재첩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섬진강 줄기의 재첩국 집에 들어서니 주차장이 비좁다며 강가로 차를 대란다. 핸들을 꺾어 손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가니 차바퀴에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차바퀴에 닿는 느낌이 이상하다. 주차를 하고 내려서니 세상에나! 손님들이 먹고 남은 재첩 껍데기가 쌓이고 쌓여 주차장 바닥이 되었으니 이곳에서 재첩을 얼마나 먹었단 말인가? 선사시대 사람들이 조개를 먹고 그 껍데기 쌓은 것을 패총이라 했으니 이것은 현대인들이 만든 패총이라 할 수 있겠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재첩 패총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특별한 기억은 놀라움의 한 자락이니 느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를 것이다. 상에 앉으니 투박한 뚝배기에 담긴 재첩국 한 그릇이 오른다. 뽀얀 재첩국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따끈한 재첩국이 시원할 리 없건만,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시원하다 하니 외국인들은 절대로 이해 못 할 일이다.

맞은편 사람은 재첩비빔밥을 먹는다. 콩나물과 시금치 등 채소가  먹음직스럽고 재첩 속살에 놓인 빨간 고추장이 식욕을 돋운다. 재첩회무침은 무채에 초고추장 양념을 해 매콤하고 달콤하며 상큼하다. 재첩전은 부추 등의 채소와 삶은 재첩을 넣어 부친 것. 상 위에 놓인 재첩 요리 퍼레이드에 황제 밥상도 부럽지 않다.

봄날, 행복한 여행길, 섬진강
속을 든든히 채우고 차를 달리며 창밖을 내다본다. 재첩국을 먹기 전에도 섬진강은 아름다웠지만 식사 뒤에 보니 더욱 아름답다. 멈춘 듯 흐르는 도도한 물줄기는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고, 물속으로 한 가닥 가지를 담근 버드나무가 우아하며 강가에 매인 배 한 척이 한가롭다. 금강경도 식후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곳에서 재첩을 채취하는 풍경은 참으로 목가적이다. 고요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500리  섬진강 물속에 작은 점처럼 사람들이 있다. 한가로운 모래톱은 심심하다 손짓하고 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은 고혹적인 눈웃음을 보낸다.

이런저런 상념을 되뇌며 섬진강 주변을 돌아본다. 섬진강은 여전히 아름답고 하동에서 구례로 향하는 길에는 <토지>의 배경인 최 참판 댁과 들판이 장엄하다. 최 참판 댁에서는 소설 속 최 참판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하고 가훈을 적어 집으로 보낸다. 남도대교 근처에는 전라도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경상도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장을 보던 화개장터가 있다. 지금이야 예전의 정취를 느낄 수 없지만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었다. 섬진강을 따라 더 오르면 운조루가 반기고 화엄사도 손짓한다. 선암사의 동그란 승선교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샛노란 산수유 향이 흩날리고 매화 꽃잎이 두둥실 떠다니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꽃향기에 취하고 재첩과 데이트에 즐거워지는 섬진강의 봄날, 행복한 여행길이 바로 이곳이다.

 

               글·사진 이동미(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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