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인성,명품 취업,졸업이 곧 취업인 대학’만들 터

▲ 이권현 총장
    이권현 유한대 총장은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다. 우선 그는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다. 물론 술 안 마신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특별한’ 사람으로 구분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사람들끼리의 만남과 어울림에서 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헤아리는 사람이라면 ‘금주’가 갖는 ‘핸디캡’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또 하나, 이 총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술 안 마시는 것 정도는 이해해 주는 사람들도 이 대목에선 약간의 ‘거리감’을 표출한다.

“주변에서 사실 뭐라고 말들을 많이 해요. 친한 지인들 중에는 ‘기괴한 xx’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요.(웃음)  막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는 않아도 ‘너 그렇게 꽉 막히게 굴어서 잘 될 수 있겠느냐’는 비난 반,우려 반의 심리가 깔려 있다는 걸 알지요.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평판이 아니라 저 스스로 부지런히 연마한 실력이기 때문이죠.”

바꾼 학칙·규정만 500개 육박해
인터뷰 하기 전 확인한 이 총장의 출생년도는 1950년.‘6·25 전쟁’이 발발하던 해 태어났으니 우리나라 나이로 어느덧 예순 넷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건만 이 총장에게서 뿜어져 나오는‘포스’는 웬만한 젊은이는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고전적인 광고문구는 꼭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은 말이 아닌가 싶었다.

“어려서부터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뎠어요.고여 있는 건 아주 질색이었거든요.그러다 보니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제가 주도적으로 하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그렇지 못하면 무척 답답해 했어요.적극적이고 변화 지향적인 제 기질은 아무래도 타고 난 것 같습니다.”
변화를 즐기고 도전적이며 적극적인 이 총장이 취임한 이후 ‘조용하던’ 유한대학교에는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 소용돌이는 물론 현재도 진행형이다. 장은영 기획실장은 이에 대해 ‘거의 혁명과도 같은 변화’라고 표현했다. 이 총장이 취임한 이후 바뀐 규정이나 학칙만 무려 500가지에 육박한다고 하니 ‘혁명’과도 같다는 말이 결코 과장만은 아니라는 게 ‘유한인’들의 솔직한 토로다.

가만히 있는 것 못 견뎌…변화 주도
이 총장은 취임 후 철저하게 ‘현장’과 ‘실무’ 중심으로 모든 일을 전개해 나갔다.
“학교 내에서만 안주해서는 결코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오늘날처럼 변화속도가 빠른 경쟁사회에서 상아탑 안에만 머물러서는 말 그대로 ‘우물안 개구리’되기 딱 좋습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학교 교수들에게도 강의실이나 연구실에만 있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라고 내몰아요. 현장에 나가서 보고 배우고 느껴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수업도 ‘살아있는 수업’이 되지 않겠습니까.”

‘평생 지도교수제’ 도입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말)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취업이 화두가 됐다. 하지만 어렵게 취업이 됐는데도 오래 가지 못하고 직장을 나오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인력의‘미스 매치’인데 이 총장은 여기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었다.
“‘미스 매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하나는 능력도 있고 일을 잘하는 구직자가 있지만 이 사람이 원하는 일터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지요. 예컨대 기업에서 ‘이러이러한’사람을 구하니 좀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적합한 인재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는 말입니다.정보교류나 소통이 없었다는 얘기지요. 평생지도 교수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신입생이 들어오면 졸업한 이후에도 평생 지도교수가 학생을 마치 친자식처럼 챙겨주고 보살펴 주는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진학이나 취업상담은 물론 인생의 선배이자 멘토로서 개인적인 고민상담까지 세세하게 들어주는데 반응이 꽤 좋습니다.”

‘쓰임의 교육’강조
또 다른 ‘미스 매치’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의 수준은 ‘하이레벨’이지만 대학에서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 총장이 구상한 것이 바로‘쓰임의 교육’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쓰임 받는 사람’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 ‘쓰임의 교육’입니다.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고 사회에 나왔는데 막상 아무 곳에도 쓰임 받지 못한다면 그만한 낭비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대학에서 지속적으로 ‘현장’과 ‘실무’를 강조하는 것은 대학의 주요고객인 기업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을 적기에 공급하자는 취지죠.”

‘사람됨됨이’가 가장 중요
‘현장’과 ‘실무’에 역점을 두다 보니 이 총장이 유능한 ‘기능인’을 가장 선호하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총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인성’이다.‘사람의 됨됨이’를 가장 먼저 본다는 얘기다. 유한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뜨는 ‘바른 인성,명품 취업,졸업이 곧 취업인 대학’이라는 슬로건에는 이러한 이 총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기업에 있는 분들 만나보면 ‘능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인성이 갖춰진 사람,다시 말해 ‘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그런 점에서 저는 ‘스펙’만 중시하는 요즘 세태가 안타깝습니다.자기 인생 전체에 대한 내비게이션(나침반)을 가진 젊은이가 드물어요.‘내가 왜 이 직업을 가져야 하나’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도 구경하기 힘들고요.우리 유한대학의 교훈이 ‘인류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자유인이 되자’인데 개인적으로 참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이 교훈을 항상 가슴에 담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키워내 국가는 물론 전세계에 봉사하는 ‘유한인’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총장은 취업이나 진로문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라고 주문했다.

 

 

“전 우리 교직원들에게도 제발 사고 좀 치라고 이야기합니다. 사고를 쳐야 점수를 딸 수 있다고 가르쳐 주죠. 물론 이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실패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좌절하거나 낙담하고 주저앉으면 안 되요.실패를 통해 무엇이 잘못됐던가를 냉정하게 돌이켜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패를 잘만 활용하면 새로운 성공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법입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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