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근의 엔저 현상은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기초체력이 허약한 중소기업으로선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특단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엔저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15일 서울 쉐라톤디큐브시티에서 ‘새정부 창조경제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20회 G밸리 CEO 포럼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엔저를 극복하고 산업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선 대기업 중심에서 중견·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장관은 이와 함께 “기업인들의 창의력 발휘에 걸림돌이 되는 방해물은 적극적으로 없애 나가는 데 정부정책의 우선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윤 장관 외에도 박영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이영재 G밸리경영자협의회장, 박창교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이창헌 아시아 인수합병(M&A) 투자협회장 등 중소기업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윤 장관의 이날 포럼 강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최근의 엔저 영향으로 말미암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출채산성도 함께 나빠지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9%(2009년),34.5%(2010년),33.0%(2011년)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특히 중견·중소 기업에 대한 특별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 성장은 한계
우리나라 경제는 그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해 냈지만 최근의 엔저 위기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엔저현상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지만 심각한 위기라고까지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의식을 갖고 함께 힘을 모아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엔저 현상은 자동차,기계,철강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견·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IT(정보기술)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엔저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대기업 위주의 요소투입형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앞으로는 경쟁의 패러다임을 대기업 등 개별기업 성장에서 전반적인 산업생태계의 질적 향상으로 바꿔 산업혁신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무역금융을 확대지원하기 위해 11조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세부적으로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7조6000억원 △중소형 해외건설·플랜트 수주에 1조원 △조선기자재 등 선박금융에 2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혁신운동 3.0 중점 추진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은 단기적인 엔저대책인 만큼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산업통상자원부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혁신운동 3.0’은 중장기 엔저대책으로 우리 경제의 기본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혁신운동 3.0의 취지는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중심의 동반성장 정책이 2~3차 풀뿌리 기업까지 확산되도록 유도,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및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없애고 중소기업들이 ‘제값 받는 문화’를 형성토록 할 계획이다. 산업혁신운동의 구성은 대한상의에 중앙추진본부를 설치,혁신운동을 총괄토록 하고 하위에 각 단체별 추진본부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생산성은 1~2년만 노력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기계업체 대모엔지니어링의 경우 500만원을 들여 생산성 향상 컨설팅을 받고 협력사와 혁신단을 구성해 3정(정품,정량,정위치) 5S(정리,정동,청소,청결,습관화) 운동을 전개했다.그 결과 협력사들의 납기 준수율이 70%에서 90%로 올랐고 생산기일도 21일에서 14일로 줄어 들었다. 이러한 사례처럼 범경제계가 단합해서 생산성 향상을 이룩해 내자는 것이다. 특히 전자,자동차,기계 등 3대 업종에 대해 우선적으로 생산성 혁신 운동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제값주는 거래관행 확립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제값 주는 거래관행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를 통해 선순환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자는 취지다. 제값주는 거래관행은 사실 이전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창조경제와 함께 경제민주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실 1차 협력사가 제값을 받아야 2~3차 협력사에게도 현금지급이 가능하고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자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동안 기업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불공정 거래관행이 많이 있어 왔다. 예를 들면 △생산성 향상 명목으로 인한 단가 인하 △낙찰 이후 추가 단가 인하 △구두발주 후 단가 인하 △부당한 원가자료 요구 등과 같은 것들이다.

납품단가 후려치면 단기적으론 대기업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길게 보면 제살 뜯어 먹는 것이다.
또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전속계약에 묶여 다른 곳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힘의 논리가 여전히 통하고 있다는 얘긴데 시정되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거래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중소기업청,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대기업의 불공정 납품단가 인하 관행 실태조사를 상반기 중 실시키로 했다. 부당하게 전속거래를 요구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다.

 
걸림돌 해소에 주력할 터
새정부의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궁금함을 가진 기업인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창조경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기업인들이 저마다 가진 창의력을 시장속에서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하지만 기업인들의 창의력이 온전히 발휘되기엔 여러 가지 불공정 관행이나 제약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창조경제 구현에 걸림돌이 되는 이러한 불공정한 요소를 제거해 기업인들이 기업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 있다면 당연히 기업에서도 떠안아야 할 부분이 있다.앉아서 정부가 모든 걸 해주길 바라면서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
물론 ‘1+1=2’처럼 정답이 딱 나오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음은 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양쪽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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