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는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의 성지 …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해야”

 

 

오는 2014년 G밸리 조성 50주년을 맞는다. G밸리는 과거 ‘구로공단’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산업화를 일군 대표적인 지역이다. 1960년대 경제부흥을 내걸고 시작한 구로공단은 가발로 시작해 섬유와 전자 등 노동집약 산업단지로 발전했다.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 터를 잡고 70~80년대 섬유와 봉제 분야에서 수출을 이끌어 나갔다. 수많은 여공들이 구로공단에 취직해 땀과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했다. 여공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돈을 모아 동생 뒷바라지 등 집안경제를 살리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참다못한 여공들은 1985년 구로동맹파업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알렸으며 이는 그나마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구로공단 기업들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옮기며 점차 사양화의 길을 걷던 구로공단은 1997년 ‘구로산업단지 첨단화 계획’을 통해 현재와 같은 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 해 IT, 패션, 출판 등 첨단산업단지가 됐다.

서울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일명 G밸리)를 산업화와 민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라며 지난 5월 2일 이곳에 총 145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로공단 역사기념 및 산업관광자원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구로공단 역사기념 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인명진 목사(구로 갈릴리 교회 담임목사)를 만나 구로공단 역사기념 사업의 의의와 추진 현황 등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구로공단 역사기념사업의 의의를 설명해 주시죠.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근 50년은 제일 어려운 시기였으며 동시에 제일 큰 번영을 이룬 시기였다. 산업화와 함께 민주주의를 이룩해 세계적인 모범국가로 성장했다. 특히 우리가 이루어낸 민주주의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있다. 일본은 시민사회가 약해 보수우경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활발한 우리나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민주주의 모범국가다. 구로공단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가지 가치를 동시에 이룬 곳이다. 구로공단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표적인 곳이다.

또 민주주의를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구로공단은 많은 희생이 뒤따랐던 곳이다. 따라서 구로공단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구로공단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구로공단역사 기념사업회라고 하니 예전에 안좋은 이미지라며 ‘구로공단’이란 말을 빼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반대다. 구로의 역사적 현장이 잊혀지고 있으며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이룬 곳이 어디냐고 물으며 배우려는 곳이 구로공단이다. 특히, 첨단 기술 업체들이 모여 있어 예전 산업부터 현재까지 아울려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세계 사람들에게 교육해 줘야 할 교육의 현장, 젊은이에게 전달해 둬야 할 교육의 장이 바로 이곳이다. 따라서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울려져 있는 역사적 현장으로 만들어 보전하자는 운동이다.

구로공단 역사기념사업 추진 현황은 어떤가요.
서울시와 협조해 지난 달 2일 가산동에 모두 14억4300만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벌집촌 체험관을 열었다. 지하 1층에는 쪽방 6개·벌집 골목·설비실이 구성돼 있으며 숙박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은 이처럼 단순히 벌집촌 등 과거 흔적만을 보존하자는 것이 아니다. 흔히 기념 사업하면 큰 건물에 온갖 물품들을 들여놓고 전시하는 것으로 오인하지만 그게 아니다. 구로디지털단지 전체가 역사현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지난 3월 성공회대로부터 이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받았다. 그에 따라 2015년까지 야학터와 공장부지 구입및 복원할 예정이며 2014년까지 가산디지털단지 역사내에 G밸리 갤러리를 만들어 과거-현재-미래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산업유산 코스 개발로 G밸리 전체를 기념사업장으로 만들 방침이다.

G밸리가 과거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단지가 되려면?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면 불가능하다. 과거에서 미래로 잇는 역사 현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미래비전은 ‘녹색’으로 대표할 수 있다. ‘친환경 사람중심’으로 지역을 바꾸어 나갈 예정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이루려면 G밸리 전체를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G밸리는 교통문제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지 않나?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 출퇴근을 빼면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굳이 G밸리 내에 차가 다닐 필요가 없다. 교통이 필요하다면 전기자전거, 전기 셔틀버스 등 친환경 교통수단만 있으면 된다. 화물에 대해서는 새벽 등 정해진 시간에만 화물차 출입을 허용하면 된다. 이처럼 이곳을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를 보게 하려는 사업으로 ‘패션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G밸리에서 생산되는 세계적인 패션제품을 모아 전시할 예정이다. 새로 문을 연 쇼핑센터 ‘하이힐’ 6층에 패션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지난 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G밸리 기업들과 ‘1사1인 채용’협약을 맺었다. G밸리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려면?
우선, 근로자 주거 환경 개선이 급하다. 예전에는 회사마다 기숙사가 있어 근로자들은 주거비 걱정이 없었다. 지금은 근로자들이 소득의 30%를 주거비로 지출한다. G밸리 인근에 주거 공간이 없으니 G밸리에 오기를 꺼려한다고 들었다. 가리봉동 재개발 지역을 근로자 주거 단지로 조성하고 기업이 주거 시설을 짓고 정부가 세제 등으로 혜택을 주면 해결할 수 있다. 문화공간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저녁에 G밸리는 유령도시다. 사람이 없고 노동자만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수장 부지 등 G밸리 내 유휴지를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일과 놀이가 어울리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5월 박 시장이 ‘G밸리 비상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단지 내 기반시설과 지원·편익시설 등을 확충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겠다. 이와 함께 G밸리 내 기업인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고 창조적인 경제를 이루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창업이 늘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

G밸리 벤처․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회는 G밸리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한 제반 시설을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전 문을 연 2단지 내에 건립된 ‘하이힐(Hyhill)’에 개발이익 차액 환수공간을 활용해 ‘패션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이곳에서 전시관, 판매부스, 기술교육장, 북카페 등으로 구성되며 전시·판매는 물론, 패션산업에 대한 기술교육 및 인재육성, 판로지원, 공동 브랜드개발 활동과 패션쇼 등이 펼칠 예정이다. 또 가산문화센터와 구 파출소부지를 연계해 문화와 복지 기능을 겸한 ‘근로자 및 청소년 복합지원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G밸리 내에 입주한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해 G밸리 기업체의 유통촉진 및 판로를 지원하고 기업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입주기업 정보 DB화와 온라인 플랫폼 구축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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