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Sunny의 중남미 대장정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우유니염지를 소개합니다. 사막 한가운데 솟은 선인장 언덕과 물고기 모양 섬 그리고 동행한 친구들과 나눈 추억을 담았습니다. 여전히 매력 넘치는 우유니염지로 떠나보실까요? 글·사진 써니(여행 작가)

출발 우유니로!
지난 호에 이어 우유니염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유니염지는 볼리비아 서남부에 있는 소금 사막. 면적은 1만2천km2, 해발고도 3천653m의 고지대에 위치하며, 볼리비아의 실질적인 수도인 라파스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졌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포토시주(州)에 속하며, 우유니 서쪽 끝에 있다. 우유니염지는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2만 년 전 녹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는데, 비가 적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물은 모두 증발하고 소금 결정만 남아 형성된 곳이다.

예전에는 지역 주민들이 소금을 잘라 생필품과 교환하는 등 중요한 교역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정부에서 인가를 받은 회사가 정제용으로 만들어 국내 소비에 충당할 뿐 지역민들은 거의 채취하지 않는다고. 채취된 소금은 90% 이상이 식용이고, 나머지는 가축용이다. 순도가 높고, 총량으로 볼 때 볼리비아 국민이 수천 년을 먹고도 남을 만큼 막대한 양이라니…. 거대한 소금 사막과 호수 등 경관이 뛰어난 이곳에 물고기 섬이 있다니 놀랍다.

 
생명의 신비, 물고기 섬
이번 목적지는 물고기 섬. 소금 사막 한가운데 솟아올라 유일하게 식물이 자라는 선인장 언덕이다. 소금 사막 한가운데서 식물이 자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대단한 적응력은 인간만의 것은 아니었다. 하얀 벌판 한가운데 떠 있는 녹색 섬은 여행자들을 또 다른 환상으로 인도한다. 선인장이 빼곡히 들어선 물고기 섬은 마치 이곳이 바다였던 과거를 그리워하기라도 하듯 사막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었다. 우기에 물이 차면 소금으로 된 바닥이 물러 접근이 어렵다니 건기에 우유니염지를 찾은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 모양이어서 여행자들은 물고기 섬이라 부르지만 실제 이 언덕의 이름은 ‘이슬라 잉카와시(Isla Inkahuashi)’, 잉카의 집이라는 뜻이다. 잉카인에게도 이 언덕의 존재는 신비로운지 잉카의 정령들이 쉬고 갔다는 전설이 있다. 가이드 안드레아에게 전설을 듣는데 야생 야마 두 마리가 유유히 지나간다. 이 사막에서 어떻게 살까? 나의 궁금증엔 답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친 야마가 혹시 잉카의 정령은 아닐까?

점프 또 점프!
물고기 섬 앞의 소금 테이블과 소금 의자에서 점심을 먹은 뒤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드디어 사진 찍을 시간! 사라진 원근감을 이용해 찍어보는 재미있는 사진들은 우유니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투어를 떠나기 전 어떤 사진을 찍을까 고민하다 여행사에서 작은 인형 몇 개를 빌렸다. 작은 병 위에 올라가고, 타고 온 SUV 차를 한 발로 짓이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 손바닥에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좋은 건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세심하게 각을 맞추려면 사진사도, 모델도 힘들다. 여기저기서 각자 제 나라의 말로 “오른쪽으로 좀더, 아니 너무 갔어. 좀 왼쪽으로.” “반 발자국 앞으로, 몸을 좀 왼쪽으로 기울여봐” 바쁘게 떠든다. 제일 힘들게 찍은 사진은 공룡과 대결. 발 각도가 부족해서 한 번 더, 점프가 낮아서 한 번 더, 공룡이랑 멀어서 한 번 더, 가까워서 한 번 더, 사진사가 놓쳐서 한 번 더…그 사진 한 장을 위해 발 차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결과물을 보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조금은 느껴질지도 모른다. 긴 파마 머리가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초사이언처럼 솟았으니 말이다. 사진을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초점이 공룡에만 맞아서 허무했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사진이고 추억을 담았 으니 만족이다.

특명, 잡동사니를 모아라!
땡볕이 내리쬐는 사막에서 한참 뛰어놀다가 숙소로 향했다. 하얀 소금 사막 위를 홀로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동서남북도 알 수 없고, 이정표는커녕 도로조차 없는 허허벌판에서 안드레아는 대체 어떻게 길을 찾아 달렸을까? 온갖 즐거운 의문을 던지며 숙소에 도착했다. 말이 호텔이지 사막에 제대로 된 호텔이 있을 턱이 있나? 그나마 외곽 호텔이어서 물은 맘껏 쓸 수 있다는 데 감사했다. (낮에 들른 소금 호텔은 1인당 쓸 수 있는 물이 정해져 있다.) 샤워를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 끝에 곤란한(?) 사실을 알아버렸다.

내일이 션의 생일이다. 여행 중 세 번이나 마주친 인연인데 미리 얘기 좀 해주지… 루나 언니와 부랴부랴 짐을 뒤집어 선물할 만한걸 찾았지만, 가난한 여행자 배낭에 그런 게 있나. 일단 최대한 멀쩡한 것들을 모아본다. 단기 투어 때 쓰려고 아껴둔 아이크림 샘플, 산타크루스 트레킹 가이드의 강추로 산 일회용 코코넛 크림, 볶은 고추장 튜브, 인스턴트 된장국, 사탕, 비타민, 머리 고무줄 등 온갖 잡동사니가 모였다. 그러나 생일 선물의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명색이 생일 선물인데 마땅한 포장지가 없다. 그나마 가장 멀쩡하게 무언가 담을 수 있는 것은 지퍼백뿐. 결국 션은 지퍼백에 담긴 잡동사니 뭉치를 생일 선물로 받고 빵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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