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속인수제·채권안정펀드 등 검토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에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겹쳐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그 후폭풍이 회사채 시장으로 불어닥칠 기세다. 회사채 만기 도래금액이 대규모로 돌아와 회사채 폭탄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시장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당국이 발빠른 대책으로 회사채 시장의 위기를 미리 막아야 한다는 목소기를 높이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도래 금액 20조원에 달해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만 19조4376억원에 달한다. 이 중 부실 우려가 있는 BBB 이하 등급 물량은 2조1344억원이다. 특히 건설과 해운, 조선 등 이른바 취약업종의 회사채 만기 규모는 4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현재 기업들은 금리변동성 확대로 회사채 발행시점을 못 잡고 있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전보다 조달비용이 크게 증가하자 금융시장이 안정된 후로 채권발행을 미루는 분위기다.

문제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들, 특히 취약업종인 건설, 조선 해운 업종기업이나 신용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실패할 경우 만기도래 물량을 결제할 수 없고 이로 인해 회사 신용등급은 추가로 하락하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BBB-의 비우량 회사는 물론 신용등급이 양호한 우량회사채 금리마저 치솟아 자금난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24일 신용등급 AA- 이상인 기업의 회사채 금리는 3.48%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BBB- 이하 기업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9.05%로 약 1년 만에 9%대를 넘어섰다.
 
금융당국 발빠른 대처 필요
24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 당국은 회사채 신속인수제 부활이나 채권안정펀드 등을 통해 기업의 회사채를 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신속인수제 부활, 채권안정펀드부터 담보부사채와 적격기관투자가(QIB) 제도 개선, 하이일드펀드 활성화에 여러 제도 등이 총동원될 방침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재도입이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것이다. 이 제도가 부활하면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의 자금 조달이 한층 쉬워진다.

담보부사사채는 담보부사채는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발행하는 사채다. 발행 근거 규정은 있으나 그동안 거의 발행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자산이 있어도 유동화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지난해 도입했으나 개점휴업 상태인 QIB 개선도 검토 대상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공모 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였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는 기관을 엄격히 적용해 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투자자를 찾지 못해 미매각 처리된 회사채를 아예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투자 수요가 없어 미매각으로 처리되더라도 증권사들이 모두 부담해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BBB+등급의 경우 기관 투자자의 투자제한으로 인해 BBB+ 이하 등급의 경우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중개기능의 마비현상은 2001년과 다른 바가 없다”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BBB+ 이하 등급 회사채의 유일한 매수처로서 STX팬오션 사태 이후 위축된 리테일 회사채시장의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