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클린 디젤 자동차의 경쟁 현황과 미래 예측
증기선과 범선의 경쟁 사례를 통해 살펴본 두 기술의 미래

산업정보분석실 선임연구원 전승표 (Tel: 02-3299-6095, e-mail: spjun@kisti.re.kr)
산업정보분석실 연구원 김다슬 (Tel: 02-3299-6099, e-mail: dskim@kisti.re.kr)
 

1) 개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HEV)는 엔진과 모터, 두 가지의 동력원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하며(이하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진과 모터의 사용방법에 따라 직렬식과 병렬식이 있는데, 최근에는 양자를 결합한 Combined형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엄밀하게 말하면 청정에너지 자동차가 아니지만, 유해배출가스와 연료소모를 최소로 하는 기술이고, 다른 대체에너지 기술에 비해 시장으로의 접목이 용이해서 각광받고 있다.

클린 디젤 자동차는 배출가스를 현저히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킨 디젤자동차로서, 동급 가솔린 차량대비 연비가 20~30%이상 우수하여 이에 따라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CO2 가 10~15%이상 적게 배출되는 자동차를 말한다. 또한 최근의 디젤엔진은 소음과 진동도 현격히 개선되어, 승용차로 이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디젤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유럽의 경우, 디젤자동차 보급률이 이미 절반을 넘어선지 오래이며(2008년), 디젤자동차가 차세대 친환경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시장을 놓고 벌이는 이 두 기술의 경쟁은 어쩐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데, 기술혁신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제공하게 될 사회기술적 시스템(Socio- technological system)의 변화 과정을 떠올리게 된다. 시장에서 관심이 많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클린 디젤 자동차의 경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서, 먼저 관련한 국내와 미국 시장의 현황을 살펴본다. 그리고 증기선이라는 신기술과 기존의 범선(帆船)이 벌인 기술 경쟁을 살펴보고 이 사례에 비추어 두 기술의 경쟁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범선 효과라는 관점에서 향후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국내시장 현황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2009년 7월 LPG 하이브리드인 아반떼 LPi(현대)와 포르테 LPi(기아)를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출시한 바 있다. 이들 차종의 실적은 실망스러웠는데, 목표 판매량의 절반을 겨우 넘긴 정도였다.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구매 욕구를 일으킬 만한 차별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실망스런 경험을 딛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킨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전기 모터만으로도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 무게도 경쟁사들에 비해 가벼웠는데,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로 장착하는 니켈-메탈 배터리 대신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의 연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던 원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개척하는데 있어서 문제는 가격과 소비자 신뢰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높은 가격은 정부 지원과 제조사의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 거의 일반 신차의 가격에 근접시킬 수 있었다.

클린 디젤 승용차(SUV 제외)의 경우 국내시장의 양상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는 달라서 2000년대 중반 오히려 내수 판매가 정점이었으며, 2007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그림 1>에서 보면, 2009년 이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국내 시장은 국산 승용차가 주도한 반면, 디젤 승용차는 수입차가 주도하는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2011년 한해만 본다면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수입산 디젤 승용차가 2배 이상 많이 팔려서 디젤 승용차가 다시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3) 클린 디젤 차량의 선전과 미국시장 현황   
이러한 디젤 승용차의 활황은 여러 시장분석 기관에서 예측되고 있는바 인데, 최근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연료 가격 상승과 연비규제 강화가 세계적으로 클린 디젤차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2018년에는 승용차 판매량의 18%를 클린 디젤 차량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클린 디젤 차량의 수요는 주로 연비에 의해 증가하고 있는데, 가솔린차에 비해서 보통 20~40% 연비가 개선돼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재로 유럽에서는 고연비와 디젤 연료에 주는 세제 혜택 때문에 지난 몇 년간 판매된 승용차 중 50%가 디젤차였다. 지금까지 디젤 자량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시장도 점차 변하고 있다. 북미는 지난 20년간 디젤 승용차 수요가 약세를 보여 왔는데, 미국의 가솔린 가격이 낮기 때문에 굳이 디젤 차량을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향후는 배기가스 규제 때문에 현재의 디젤 차량은 클린 디젤 차량으로 모두 교체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은 배기가스와 연비에 대한 대응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일찍이 활성화 되었는데, 1999년 혼다 인사이트의 17대 판매를 시작으로 해서 2007년 도요타 프리우스가 18만대가 넘게 팔리는 등 연간판매량이 35만대는 넘어섰다. 2010년말까지 미국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누적판매량은 189만대에 이르렀으며, 2011년 5월에 200만대를 넘어섰다. 2012년 10월말 현재,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승용차)는 1,195만대에 이르렀는데, 이중에서 하이브리드 신차는 35만대를 넘어서서 3.0%의 점유율(PHEV를 포함하면 3.3%)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 디젤 승용차는 10만대 판매에 그쳐서 0.9%의 점유율을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전기자동차에 거의 근접한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의 증가 추세이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Hybrid Electric Vehicle)가 충전을 내연기관으로 했다면, PHEV는 가정이나 충전소에서 전기플러그로 충전하는 방식으로 내연기관은 보완적 기능을 한다. 미국 시장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2000년대 초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사용화는 기존의 디젤 엔진으로 클린 디젤 엔진으로 진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클린 디젤 엔진의 진화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혁신도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4) 범선과 증기선의 경쟁 사례와 시사점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자동차 시장은 20세기 초반의 범선에서 증기선으로 변화된 선박 추진 기술의 변화를 재현하고 있다. 신기술 수용과정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범선과 증기선의 경쟁 사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807년 미국의 로버트 풀턴이 개발한 증기선 클레몬트호가 뉴욕에서 알바니까지 허드슨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항해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단절적인 혁신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바람은 아무리 이용해도 무료인데 무엇 때문에 추진력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선주들의 의문은 일견 타당했으며, 대형 엔진은 배를 더욱 무겁게 만들어 배의 속도를 더 늦추었다. 더구나 석탄을 적재하고 다시 공급받아야 하는 문제는 전에 없던 새로운 도전을 제시했다.

이런 증기선의 도입과정과 문제점은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하는 전기자동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 자동차를 바로 상용화하기보다는 기존의 내연기관에 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출시된 것이다. 그런데 유가는 가격이 높지 않았고, 높은 초기 투자비는 운영과정에서 회수될 수 없어서 경제성이 없어 보였다. 또한 기존 내연 자동차에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함으로써 무게는 오히려 증가했고 연비를 줄이려는 노력은 더욱 큰 혁신을 요구하게 되었다. PHEV의 출시는 전기를 충전하기 위한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사회에 던지게 된다.

여기서 다시 증기선의 사례를 보면, 기술혁신은 새로운 니치마켓의 성장과 함께 발생하며, 이후 사회기술적 시스템에 의해 재정비됨으로써 비로소 지배 기술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증기선의 도약은 대서양 여객수송의 성장과 큰 연관성이 있다. 범선은 무풍지대로 들어가면 며칠씩 거의 움직이지 못하지만 증기선은 운항이 확실하게 보장되었고, 목적지를 향해 직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증기선이 가진 본질적 기술 우위성 발휘된 것이다. 전기 모터가 가진 친환경성과 고효율성은 본질적으로 내연기관을 앞설 수 있다. 현재는 니치시장을 차지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기술적 시스템이 재정비되면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장이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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