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장 신화가 곧 '창조경제' … 기업가형 창업 활성화 제도 마련해야"

dvn이 만난 사람들 :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 / 다산네트웍스 대표

▲ 남민우 벤처협회 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
지난 4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창조형 창업이 없다')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기업 신생율이 2001년 28.9%에서 2011년 20.2%로 주저 앉으며 국내 창업 활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창업 기업의 90%는 상용근로자가 없는 1인 영세 창업이며 개인 사업자의 89.6%는 생계형 서비스 창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1년 우리나라의 지식 기반 기업가형 창업이 전체 창업의 15.4%로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 수준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식은 기업가형 창업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성공한 창업가 발굴과 창업 교육의 활성화와 창업 기업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밀착형 '창업 멘토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청년들의 창업 열기를 되살리고자 지난 6월18일 대통령 직속 기구 청년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으로 남민우 벤처협회 회장(51세)을 임명했다.

이날 청년위 위원장 임명을 발표한 이정현 홍보수석은 "남 회장은 2000년대 우리나라 벤처 붐을 이끈 대표주자로 그동안 청년 창업가 멘토링 등 청년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고 밝히고 소통과 창업 등 창조경제 구현의 적합한 인물이라며 선임 이유를 들었다.

남민우 벤처협회 회장은 1993년 유무선 통신 장비 제조업체 다산네트워크를 설립한 우리나라 벤처 1세대로 꼽힌다.

남 회장은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일자리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벤처 창업의 도전 정신을 불어 넣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며 청년위원장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가형 창업정신이 절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서는 '창조형 창업 펀드 활성화'와 산 · 학 · 연 연계 창업 네트워크와 창업 코디네이터 활성화로 벤처 창업 분위기를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창업이 만능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벤처 창업의 성공사례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 벤처 창업은 숱하게 많았으나 성공사례는 손꼽을 정도로 적다. 벤처의 속성상 고위험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겠으나 실패에 따른 창업가들의 손해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는 원인도 지목되고 있다.

남 회장도 '기업가형 창업정신'의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대보증폐지를 통해 청년창업자들이 창업 실패에 따른 신용불량의 공포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경험이 곧 자산이 된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하며 기업에게 위험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사회 구조적 문제 개선 등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성공한 벤처 사업가가 많이 나오려면 무엇보다 정부조달 시장을 벤처 ·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조달 시장은 연간 100조원에 달합니다. 이 시장만이라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편하면 우리나라 모든 중소기업은 살아납니다. 특히, 고용유발 지수를 계발해 가산점을 부과하면 청년 실업 문제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라며 "문제는 정부의 의지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펴나간다면 가능하리라 봅니다"라고 전망했다.

정부 3.0은 벤처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
남 회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부 3.0'은 공공조달 시장 개방만큼 중소 · 벤처기업에게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정부3.0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2009년 '정부 2.0'으로 마무리된 행정정보 공유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나 대규모 사업정보, 국가 · 지방 재정정보 등 국민이 원하는 정보의 사전공개를 대폭 확대하고, 공개문서는 생산하는 즉시 원문까지 사전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 연간 31만건의 정보공개 건수를 1억건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1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총 24조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5년간 2조 28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차량 내비게이션은 지적정보(GIS) 공개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지적 정보 공개라는게 간단치 않아요. 경찰청, 국토부, 국방부, 행안부 등 여러 부처들이 관리하는 정보가 다 제각각입니다. 이를 통합해 민간에게 공개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래없을 정도로 빠르게 GIS 벤처사업이 정착되고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지적정보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로 민간에게 통합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정부 3.0은 이를 더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남 회장은 최근 불기 시작하고 있는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산업의 성공도 정보공개와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정상화 등 벤처 업계의 자금 숨통을 틔워야
최근 출범한 코넥스(KONEX)에 대해 남 회장은 중소 ·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새로운 창구로서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코스닥을 정상화시켜 벤처 업계가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코스닥은 코스피에 종속되어 있으며 지나칠 정도로 관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
 
"투자자 보호 제도는 코스피에게만 적용하면 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가 벤처업계를 대상으로 투자자 보호 제도를 두고 있습니까? 벤처는 말 그대로 모험입니다. 그만큼 수익도 높죠. 기업가가 투자자 때문에 모험을 못하면 벤처기업이 아닙니다. 혁신과 창의는 모험을 통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를 실현할 수 없는 구조였다면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가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남 회장은 코넥스와 함께 2005년 도입된 제3시장인 프리보드와 M&A 활성화를 위해 2009년 도입된 스팩(SPAC)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 참여 한도를 1억 원 정도로 낮추고 지정 자문인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실패를 용인하는 이스라엘식 벤처 창업 제도를 적극 도입해 실패에 따른 두려움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 회장은 "진화론은 지구 생명체의 진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진화, 사회의 진화, 경제의 진화 과정을 통틀어 볼 수 있는 유용한 과학적 패러다임"이라며 진화론을 주제로 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고  말했다.

불공정 거래 타파와 동반성장 문화 정착돼야
남 회장은 지난 2월 벤처기업 협회장에 취임하면서 '벤처 → 중소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순환 사다리 복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남 회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성장사다리 복원을 위해 공정위가 일벌백계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불공정 거래 관행을 타파하고 대 ·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가 확립된다면 성장 사다리는 복원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동반성장'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술 및 인력 탈취를 막기 위한 방안과 공정한 평가 및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감시가 필요합니다"

벤처기업의 자체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협회에서는 성장순환 사다리 복원을 위해 선도벤처연계 창업지원, 창업보육, 벤처7일 장터, 글로벌 진출 지원 등과 같은 유관기관과 벤처기업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 1천억원 달성 벤처기업이 416개가 넘을 전망입니다. 지난 해 381개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또 2만8천개 벤처기업 전체 매출액은 연간 18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일부에서 벤처 거품을 말합니다만 새로운 변화를 이루려면 거품도 있게 마련입니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냐'는 말이 있듯이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벤처 생태계 복원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벤처 업계는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임에 틀림없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5.15 벤처 · 창업 진흥 계획'은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해도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게 남 회장의 시각.

남 회장은 "엔젤 투자, 투자대상기업 기한(3년 이내) 완화 및 M&A 활성화 제도는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엔젤투자 소득공제 비율(50%)은 해외 성공 사례를 적절하게 벤치마킹 했다고 보이지만 '창조경제'에 걸맞지 않다고 생가갑니다. 엔젤투자 소득공제 비율은 한시적으로나마 100%까지 확대하고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및 연대보증제도 완전철폐 등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나라가 과거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선진국을 쫓는 전략으로 현재의 한국경제를 이룩했다면, 이제는 우리의 창의성,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등 쫓는 문화가 아닌 혁신을 만드는 또한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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