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6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마트 기기 액세서리 브랜드 'iFace'

"창의성은 자유롭고 행복한 분위기에서 나옵니다"고 밝힌 이 대표가 프라모델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질문 하나!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일컫는 '골드러시'에서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은? 정답은 세계 1위 청바지 제조업체 '리바이스'다.

당시 미국에 온 독일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금광 노동자들이 툭하면 바지가 터진다며 헤진 옷을 기우는 것을 보고 '천막 재료로 쓰이는 튼튼한 원단으로 바지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 생각했다. 청바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옷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가까운 목장 '카우보이'를 비롯해 멀리 동부에 위치한 공장주들도 앞다퉈 주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둔 리바이스에게 고민이 생겼다. 리바이스 청바지는 노동자들의 값싼 옷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 리바이스는 본격적인 '브랜드 전략'을 도입했다. 젊은이를 겨냥한 디자인에 제임스 딘을 광고모델로 쓰면서 리바이스 청바지는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그 결과 '리바이스'는 전 세계에서 제일 입고 싶은 옷으로 자리 잡았다.

리바이스가 세계적 브랜드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리바이스가 '골드러시'란 시대 흐름 속에 고객의 니즈를 읽고 여기에 감수성을 더한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리바이스가 성공을 거둔 '골드러시'가 지난 지 160년. 세계는 지금 '스마트 혁명'을 거치며 '제2의 골드러시'를 경험하고 있다.

제2의 리바이스를 꿈꾸는 'i Face'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에이스 그룹'(대표 이종린)이 제2의 리바이스를 꿈꾸게 된 아이템은 의외였다. 누구나 스마트폰 보호를 위해 끼우는 케이스.

이종린 대표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업하면 무조건 IT, 애플리케이션 등을 떠올립니다. 저는 케이스를 떠올렸습니다. 여기에 감수성을 덧붙인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며 혁신을 이룬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가 'i Face'란 브랜드로 스마트폰 케이스 사업에 뛰어든 건 3년 전. 휴대폰 업체에 다니던 이 대표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제2의 골드러시'가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대학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졸업후 웹에이전시 사업도 했으나 특별히 IT 기술에 해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객의 니즈는 기술이 아닌 디자인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충격에서 스마트폰을 보호한다는 본연의 기능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완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 대표에게 눈에 띤 것은 타이어용 우레탄.

우레탄은 충격에도 강하고 마모에도 견디며 잘 휘어진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이 대표의 최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소재로 채택됐다.

소재가 결정되자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에 매달렸다. 문제는 어떤 컨셉을 가져갈 것이냐였다. 10명이던 전 직원들이 브랜드 작업에 매달렸다. 날마다 책상에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회의를 거듭하던 끝에 '아이 페이스(i Face)'란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iFace'란 스마트 기기가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도구란 점에서 '내 얼굴'이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자유는 자기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는 행위입니다. 어떤 이는 스마트폰 케이스 하나 만들며 뭐 그리 거창햐느냐고 타박을 줬지만 우리는 자유를 입히는 작업이라 여겼습니다" 브랜드에 녹아든 열정을 이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 전시장에 진열된 iFace 제품

출시 8개월만에 이룬 쾌거
때마침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가 출시됐다. 화이트, 핑크를 비롯해 11가지 색깔로 구성된 'iFace 퍼스트 클래스 갤럭시 S2' 케이스를 내놓았다.

이 대표는 갤럭시 S2가 대히트를 칠 것이라 예감했고 누구나 자기 얼굴처럼 갤럭시 S2를 소중히 다루고 가꿀 것이라 여기며 디자인에 몰입했다.

"사실상 시장에 내놓은 첫 작품이었어요.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뱃속에 있던 아이를 무사히 세상에 탄생시키고 난 뒤 안도감이랄까요. 그저 지난 시간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고마웠을 뿐이었습니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문이 쉴새없이 쏟아져 부천에 새로운 공장도 얻어야 했다. 그 결과 출시 8개월만인 2012년 6월 100만개 판매 돌파라는 기염을 토해 냈다. 삼성 갤럭시 S2 누적 국내 판매량이 60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잇달아 아이폰 4S, 5 케이스도 내놨다. 특히, 아이폰 5는 후면을 뺀 테두리만 감싸는 전략을 택했다. 아이폰 사용자의 디자인 과시 욕구를 겨냥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전국 아이폰 매장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비인기 종목 지원을 위해 '장미란 재단' 후원
2012년 6월 이 대표는 장미란 선수가 세운 비인기 종목 지원 재단 '장미란 재단'을 찾아갔다. 용인시 핸드볼팀 해체 소식을 접하고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적지만 도움이 될까 싶었다. 이어 홍명보 재단을 찾아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축구의 꿈을 키워 나가는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성공을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행복은 저축되지 않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 이 대표는 직장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어떤 창의성도 발휘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직원(120명)중 80%가 디자이너입니다. 창의성이 무기죠. 어떻게 하면 가장 창의성을 잘 발휘할 수 있을까요. 제 답은 '행복'입니다"

전 직원들에게 법인카드를 나눠 줬다. 사용은 개인이 알아서 쓰도록 했다. 물론, 사전 보고는 없다. 또한 직원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 별다른 출장 보고도 요구하지 않는다. 가서 보고 느끼고 만지고 즐기고 오라는 것이다. 뮤지컬 등 각종 공연과 야구 경기 관람을 비롯해 누구나 와서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 건강 단련 시설, 여성용 휴게 공간, 에이스 어워드 신설 등 감성 경영도 실시하고 있다. 이 대표도 어떤 공연이든 매주 한번씩 빠지지 않고 관람한다. 그 자신도 감성에 뒤처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을 '자유'와 '행복'에서 찾는 에이스 그룹. 제2의 리바이스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 이유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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