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이국으로 떠나는 편안한 여행
이슬람교도들을 몰아내고 스페인 전성기를 연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의 모습. 세계사 공부가 절로 된다.
편성  KBS1
연출  이석진, 현상윤, 이영준, 박성주, 전인태, 김명숙
방영  토요일 오전 9시 40분 ~ 10시 30분

여행이 주는 기쁨과 힐링은 무엇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빚을 내서라도 가야 한다’고. 그만큼 여행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 아닐는지. 하지만 하루를 초 단위로 사는 리포터와 고입을 앞둔 딸이 있는 우리 가족에게 여행은 연중행사가 된 지 오래다. 고작해야 근교에 나가 왕갈비 몇 대 구워 먹는 일을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여행과 외유(?)하며 팍팍하게 사는 우리 가족에게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 <걸어서 세계 속으로>다. 토요일 아침 한 주간 밀린 잠을 자고 온 가족이 빵으로 아침을 먹으면서 시청 모드에 빠지면 쌓인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 해외여행이라고는 동남아와 일본, 중국에 가본 게 전부인 우리 가족에게 칠레의 이스터섬이나 마다가스카르, 레바논 등의 나라는 로망을 넘어 꿈같은 존재다. 대리 만족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여타의 여행 프로그램 중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마니아 시청자를 형성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여행 패키지 상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광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반 여행객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오지는 찾아볼 수 없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를 PD의 시선에서 잔잔하게 따라간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가는 장면. 그 나라 사람의 주거와 문화, 의생활과 식생활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계 문화를 생생하게 담다 보니 세련된 영상미는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 하지만 거칠고 불안한 앵글에서 연출자의 진실성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현지의 전통음악이나 제삼세계 선율은 소박한 영상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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