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극화 해소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 열쇠 … 협동조합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해답

박근혜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MB정부와 차별적인 경제정책을 수립·집행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시작한 경제민주화는 입법과정에서 많은 내용이 빠지면서 용두사미로 그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창조경제’로 제2의 벤처 바람을 일으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벌개혁 운동가로 평가받고 있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을 만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와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 봤다.   <편집자 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최근 삼성그룹 사장단과 현대자동차 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재벌에 관한 쓴소리를 해 화제를 모았다. 
김 소장은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참석해 재벌총수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제기 등 활발한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집권하게 된 배경으로 보수의 변화를 꼽은 김 소장은 우리나라가 과거와 같은 일방적 재벌 중심 경제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김 소장은 지난 해 <종횡무진 한국경제>를 내고 한국경제가 지난 여러 가지 문제의 이유를 명쾌하게 짚어보고 각 부문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그 방향을 제시한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습니다. 박근혜 정부 경제 성적표를 매긴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집권했다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입니다. 경제민주화는 대·중소 기업의 공존과 성과를 공유하는 산업 순환 생태계의 복원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그 핵심에는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은 재벌의 개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깨닫고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 개혁에 대한 공약을 내놓은바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21세기 한국경제가 과거처럼 추격형 또는 낙수효과 모델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달은 주요 사건입니다. 또 ‘창조경제’를 내놓았는데 정의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는 창조경제가 경제민주화와 함께 대기업-중소기업-영세기업이 공존하고 그 성과가 널리 퍼지도록 하는 주요 정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좋은 경제성적을 받으려면 하도급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양극화 해소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같은 두가지 경제 기조는 현 경제팀으로는 어림없습니다. 오히려 현재 경제팀만 보면 박근혜 정부가 과연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느냐 할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달 27일 전경련 포럼에서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과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는 재계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것입니다. 저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완화가 경제 활성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모든 기업의 내부거래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내부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일가가 이익을 얻는 불공정한 행위를 막자는 것이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 역시 세금 없이 편법적으로 자녀 등에게 부를 상속하는 행위에 대해서 조세형평을 추구하기 위한 과세를 하자는 것입니다. 경제활성화와 아무 관계도 없죠. 이처럼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은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이끌어 나갈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봅니다.
 
모피아로 대표되는 관치 금융 권력에 대한 비판을 줄곧 해오셨는데요. 모피아가 왜 문제인지 말씀해 주세요.(모피아란? 재정경제부의 영문 약자(MOFE)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 재무부 출신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산하 기관들을 장악하며 강력한 영향력과 함께 거대한 세력을 구축했다고 보면서 비롯됐다 - 편집자주)
많은 사람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금융감독체계 문제를 꼽고 있습니다. 금융은 실물경제와 함께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축입니다. 실물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이라면 금융은 온 몸에 피를 전달하는 핏줄과 같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세계 모든 나라가 금융감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겁니다. 재벌이 우리나라 실물경제를 지배하는 세력이라면 모피아는 우리 나라 금융을 지배하는 세력입니다. 이들 세력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방금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점수를 주라 하셨는데 저는 금융 부문에서만큼은 낙제점을 주고 싶습니다. 과거에는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었지만 오히려 현 정부에서는 모피아의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금융감독체계 선진화·우리금융 민영화·정책금융기관 재편 등 4개 핵심 과제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최근 그 보고서들이 잇달아 발표했지만 미흡합니다. 오히려 모피아는 슬금슬금 되살아나 최근 KB금융·NH농협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부터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가 금융대책이 없거나 또는 과거에 해 왔던 그런 관치금융 방식으로 이 문제를 은폐하는 데만 급급한 게 아닌지 의문입니다. 이런 것들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의 축소 또는 출구전략 등으로 국내에 어떤 충격으로 비화될 수 있는 그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 부채는 외환위기 수준 … 부실기업 정리하고 고용을 늘리는 내수중심 정책 강화해야"

 
최근 불고있는 협동조합 운동과 동반성장 운동에 대한 평가를 부탁합니다.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정부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이 자리에서 같은 평가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반대로 우려스러운 측면을 짚고 넘어 가야 하는데요. 우선, 저는 협동조합운동이 과열양상을 띠고 있지 않나 싶어요. 아마도, 우리나라 특유의 다이내믹 혹은 냄비근성이 발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병폐를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례가 없습니다. 일부에서 주식회사의 주요 대채제로서 협동조합을 내세우지만 주식회사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를 이끄는 주인공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리나라 재벌과 같은 기형적인 주식회사들이 문제일 뿐이죠. 따라서, 지금처럼 너도나도 이것저것 하는 식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사례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게 바람직 하지 않나 싶습니다. 동반성장은 한마디로 공정한 거래관계를 만들자는 운동입니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 수는 11만1,060개사인데요. 일본은 우리보다 2.1배, 미국은 2.5배입니다. 하지만, GDP 기준으로는 일본 6배, 미국 13.4배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하다는 증거입니다. 그 원인은 바로 부당한 거래관계에 있습니다. 저는 동반성장으로 불리는 대·중소기업의 수직적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드는 작업 못지않게 중소기업간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이 협상력의 격차로 대기업과 일대일로 공정한 계약을 맺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 하도급거래 구조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축적하고 공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하도급 거래 현실을 볼 수 있는 정보로는 중기청의 <중소기업실태조사>가 거의 유일합니다. 이 자료 역시 제조업에 한정되어 있으며 전기전자, 자동차업종 등의 중분류에 그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납품단가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하도급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만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동반성장은 보수진영이 이념논쟁으로 몰고 가거나 혹은 진보진영의 냉소 속에서 흐지브지될 사안이 아니고 재벌 폐해를 극복하고 중소기업이 튼튼해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아젠다라고 봅니다. 
 
글로벌 위기가 꺼지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요?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주요 원인으로 ‘부채’를 들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부채를 생각하면 가계 부채와 정부부채만을 떠올립니다만 더 큰 문제는 기업 부채입니다. 기업부채 규모는 GDP 대비 비중으로 본다면, 외환위기 직전 수준에 거의 버금갈 정도로 상당히 많이 늘어난 상황입니다. 다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량기업들로 착시현상이 빚어져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대다수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이루지 않고, 돈을 푸는 방식으로 그 부실기업들을 끌어 왔습니다. 그결과 최근 건설업이나 조선업, 해운업 등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일부 재벌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부실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빌미로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구조조정을 미루고 경제민주화에 발목을 잡는 재벌의 전방위적 로비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부실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내수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야 경제위기를 이겨내야 합니다.
 
대담 · 정리=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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