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제한 의약품 무분별 팔릴 것” … “약국서도 제한없이 팔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일반 의약품의 슈퍼 판매허용을 놓고 진통제 허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KBS 1라디오 열린토론 '일반의약품의 슈퍼와 편의점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 토론에서 슈퍼 판매를 반대하는 쪽에선 안전성에 위험이 있어 판매하면 안된다는 입장인 반면, 찬성하는 쪽에선 소비자의 86%가 진통제나 감기약 등의 슈퍼 판매 허용을 지지한다는 입장이 팽팽했다.

◆피린계 진통제 외국선 사용금지도 =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윤미 본부장은 “피린계 성분이 들어있는 진통제의 경우 외국의 몇몇 나라에서는 사용금지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5세 이하 복용금지와 5~6회 정도 반복적으로 복용해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으면 더 이상 먹지마라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초등학생이 복용금지된 약을 약국에 사러오면 복약지도를 통해 이를 체크할 수 있지만 편의점에서 판매하면 다양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게보린이란 제품명을 거론하며 “(여기에는) 피린계 성분이 들어있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는데, 다량 복용할 경우 현지증을 일으킬 수 있고, 쇼크에 빠질 수 있는 그런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본부장은 또 “현재 다빈도 일반의약품 중 연령 제한이 있는 의약품을 조사해왔다”며 게보린 외에 타이레놀 등도 거명했다.

조 본부장은 “타이레놀도 12세 미만은 사용이 금지돼 있고, 650밀리그램 미만의 용량만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알콜 섭취 이후에 복용할 경우 아주 급성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스피린도 3세 이하에게는 신중하게 투여하도록 권고돼 있고, 물파스와 부물리액 같은 모기약들은 30개월 미만의 아동에게는 사용이 금지돼 있고, 유아감기약 시럽도 2세 미만의 경우는 의사의 진료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며 슈퍼 판매를 허용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전부터 안전성 타령만 =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웅 총무이사는 “슈퍼에서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일반의약품은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라며 “굉장히 많은 약을 팔게 해달라는 것은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검증돼 팔고 있는 일부 약을 아주 소수라도 국민의 편익을 위해 팔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34명을 대상으로 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놀랍게도 86.3%가 소화제나 진통제, 감기약 등은 제발 좀 편의점 등에서 사게 해달라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실련 정책위원인 한양대 의대 정승준 교수는 “선진국에선 급증하는 의료비를 막기 위해 자가치료란 개념이 등장했고,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슈퍼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술, 담배는 아주 그냥 무방비상태로 하면서 약은 신중을 기하다 못해 완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사실 이런 논의가 20년 전부터 해왔고 그때도 안전성 얘기를 했다”며 “도대체 정부는 안전성 확보 하려고 무엇을 했는가”라고 말했다.

사회장인 민경욱씨는 청취자 의견을 소개하며 ‘복약지도를 한다고 얘기하는데 복약지도를 한 번도 당해본적이 없다’ ‘진통제 살 때 술먹었느냐 이럴 때 먹으면 안된다는 설명 듣고 산적이 한 번도 없다’ ‘약사들 감기약 팔 때 설명의무 지키는 걸 본적이 없다. 설명서 보고 알아서 복용하는 게 현실이다’ ‘약국에서 게보린 살 때 약사가 어떻게 먹어야 되는지 단 한마디도 안한다. 안전성 핑계대지 말라’ ‘단순 의약품의 오남용 논란의 여지가 없으면 약사협회 로비가 일반판매를 막고 있다’는 등의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내일신문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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