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갔다가 심한 상태가 아니라는 진단에 시간만 버리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면 아이가 아플 때 ‘이 정도쯤은 내일 병원에 가도 괜찮겠지’하고 방심할 수 있다. 또 교통사고처럼 응급 상태임이 분명한 경우가 있으나 모호한 경우도 있다. 응급 상황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라면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라는 게 전문의들의 말. 방심하는 사이 자칫 우리 아이가 큰 화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 화상,  응급실에 간 것이 천만다행

가스레인지에서 펄펄 끓는 국에 아이가 손을 넣은 순간, 가벼운 화상이려니 여기고 찬 물로 식혀주려 했다. 그러나 손가락 껍질이 벗겨지고 붉게 달아오른 걸 보고 혹시 몰라 응급실에 데려간 결과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다음 날 성형외과의 시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전문가 Advice = 을지대학병원 응급의학과 홍성엽 교수는 “가벼운 발적만 있는 1도 화상은 집에서 치료해도 무방하나, 2도 이상의 화상은 정도와 부위에 상관없이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 화상의 중증도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 감전이나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은 즉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화상 크기가 5~10센티미터 이상이거나 손, 발, 사타구니, 엉덩이, 관절 부위의 화상은 중증 화상으로 신속히 응급실에 데려가야 한다.

피가 났을 때, 봉합술 해야 할 경우라면 응급 상황

아이가 회전의자에서 놀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면서 이마에 뭔가가 찍혔는지 피가 났다. 피가 나는 상해는 남자아이에게 흔한 일이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출혈이 심해 구급차를 불렀다. 뾰족한 물건에 찍히면 파상풍이 생길 위험이 있어 반드시 병원에 와야 하며, 흉터가 남는 걸 막기 위해 성형외과 시술과 사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 Advice = 상처가 작아 보여도 찔린 경우에는 파상풍 예방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다. 깊게 베였다면 봉합술을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혈한 다음 가까운 병원을 찾는다. 찌른 물체가 피부에 박힌 경우에는 무리하게 뽑아내려고 하지 말고, 박힌 물체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서 응급실로 간다. 또 코피가 나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만 20분 이상 지혈되지 않는 경우, 머리 손상이나 사고로 인한 경우, 코뼈가 부러진 경우는 응급 상황이다.

약 먹어도 떨어지지 않는 열

낮에 소아과에 가서 목과 코가 부었다는 진단을 받고 약을 먹였는데, 4시간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39도가 넘었다. 몸을 차게 하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온몸을 마사지해줬는데도 저녁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아 소아 응급실로 갔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기관지가 너무 많이 부었다면서 다른 약을 처방해줬다. 탈수가 심했다면 당장 입원해야 했다고.

▶전문가 Advice = 계속해서 호흡이 거칠고 혀가 보라색으로 변하거나 39도가 넘는 고열이 난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고열에 의해 열성 경련 같은 응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열이 높을 때는 겨드랑이, 발목, 가랑이 부분을 차게 해주어 열을 내리거나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온몸을 마사지해주는 것이 좋다.

아프다가 괜찮다가, 단순한 복통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 소화가 안 된 거려니 그냥 넘겼다. 처음에는 체한 것처럼 조금씩 아프다가 점점 더 심하게 아프다고 했지만, 또 한번씩 괜찮아졌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며 몸을 구부리고 미열도 있어 응급실에 갔고, 뜻밖에 맹장염(급성 충수염)이란 진단에 수술을 받았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복막염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무서운 경고도 들었다. 

▶전문가 Advice =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라도 매번 쉽게 넘기면 위험하다. 탈장이나 맹장염도 복통이 주된 증상이다. 아이들 맹장은 어른보다 얇고 막이 잘 발달되지 않아 복막염으로 발전할 가능성 높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한다. 배가 아프면서 열이 많이 나고 소변 볼 때 통증을 느끼면 요도에 염증이 생기는 요로감염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는 ‘잠을 깰 정도의 복통, 복통의 횟수와 강도가 점차 악화될 때, 구토나 설사 혹은 변비, 혈변 등을 동반하는 경우, 열이 동반될 때, 배꼽에서 먼 부위의 통증, 특정 국소부위가 지속적으로 아플 때’는 신속하게 병원에 가봐야 하는 상황이라 했다.

미즈내일 최유정 리포터 meet1208@paran.com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를 아시나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기관으로 지역별 응급 의료 정보를 수집해 24시간 의사와 상담원이 질병 상담, 병의원과 약국 안내, 의료 지도 역할을 한다. 전국 12개 시도의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설치되어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모두 국번 없이 1339를 누르면 된다.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