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지방간의 원인은 술이나 고기에 대한 지나친 식욕이었는데요, 최근에는 과도한 당분 섭취가 새로운 문젯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여기 <미즈내일> 독자가 보내온 건강 상담 사연을 공개합니다. 평소 호떡과 과자, 달달한 커피를 즐긴다는 사례자, 과연 무엇이 원인일까요.

 
지방간(fatty liver)은 용어처럼 간이 뚱뚱해졌다는 의미다. 정상적인 간은 총 중량의 5퍼센트가 지방이지만, 지방간은 이보다 많은 양이 축적된 상태. 누리끼리한 색깔에 약간 부은 외형이 지방간의 실제 모습이다. 사례자가 제기한 궁금증을 풀어가려면 지방간의 종류부터 파악해야 한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뉜다. 우선 40대 남성들이 둘에 하나는 지방간이네, 떠드는 것은 모두 알코올성에 속한다. 반면 비알코올성은 다양한 원인, 예를 들면 비만, 당뇨, 고지혈증, 약물 복용 등에 의해 간이 비만해진다.

 

과당, 해독 없이 바로 간에 흡수된다!

최근에는 지방간의 원인으로 과당이 지목되고 있다. 유독 과당이 수배 리스트에 오른 까닭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당의 섭취량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주인공은 가공식품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액상 과당. 과당과 포도당을 적절히 섞어 감미도는 설탕과 비슷하면서 부드럽고 상쾌한 맛까지 추가했다. 하지만 간에 액상 과당은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다. 다음은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의 설명이다.

“단당류인 과당은 별다른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간에 바로 흡수되어 해독 작용에 무리를 주죠. 다당류를 섭취하면 인슐린이 등장해서 혈당을 조절하는데, 과당은 이렇게 개입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자연히 많은 양을 섭취하면 간에 흡수되어 지방으로 쌓이죠.”

과당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당 섭취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을 자극하여 배가 부르다는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든다. 단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손을 놓지 못했던 이유, 허약한 의지 탓만은 아니었다. 최근 논문에서는 또 다른 가설이 등장했다. 간에 흡수된 과당이 영양 성분을 만들어내는 신호 전달 물질인 세포에너지(ATP)를 잡아먹는데다 일종의 노폐물인 요산을 생성시킨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다.

지방간 어떻게 검사하나?

지방간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후 통보 받는 경우가 많다. 간의 일부를 떼어내는 조직 검사가 가장 정확하지만 과정이 쉽지 않아 간 수치(ALT, AST)나 복부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지방간 여부를 진단한다. 지방간이 있다면 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주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과당의 함정, 아이들이 제일 쉽게 빠진다!

지방간은 술 취한 40대나 배 나온 주부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더 심각한 상황은 어린아이들에게 생기는 지방간. 아이들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 청량음료나 과일 주스, 과자, 인스턴트 음식 등에는 생각보다 많은 과당이 함유되었다.

이쯤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밝힌 당 함유량을 살펴보자. 쿠키 1봉지에 22그램, 사탕 5개에 20그램, 과자 1봉지에 16그램, 시리얼 1컵에 18그램, 아이스크림 1개에 25그램, 콜라 1캔에 32그램 등의 당이 들어 있다. 어디 이뿐일까. 아이들이 학교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길거리 음식에도 당은 ‘넉넉하게’ 들어 있다. 지난 2009년 1월부터 4월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길거리 음식의 당 함유량은 다음과 같다. 공동 1등은 와플, 찐빵, 호떡으로 평균 17.6그램이었고, 2등은 붕어빵과 호두과자로 평균 17.4그램이었다. 꽈배기와 도넛은 평균 13.9그램으로 3등을 차지했다.

당류의 적정 수준은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퍼센트 남짓. 성인 여성의 에너지 섭취량이 2천 킬로칼로리임을 감안하면 당류는 50그램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은 이보다 적은 수준이 적당하다. 하지만 와플 두 개에 콜라 한 잔만 마셔도 하루 섭취량을 훌쩍 넘어서니, 이것이 과당 섭취의 씁쓸한 현실이다.

최근 아이들에게 성인병이 생겼다며 사회가 깜짝 놀란 것도 당류 섭취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지방간이 생기면 성인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매일 과당 26그램이 함유된 사이다를 먹으면 1년에 체중이 5킬로그램 늘어나고, 이러한 생활이 지속되면 성인병에 걸릴 확률까지 높아진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이진호 교수는 “실제로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성인병이 잘 생긴다. 다시 말해 지방간을 치료하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생활 습관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음료수, 하루에 2~3잔은 기본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목이 마르면 물 대신 주스를 마시고, 영양 보충을 위해 과일 대신 주스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주스나 청량음료에는 적지 않은 과당(15~26그램)이 섞여 있다. 3잔이면 1일 섭취량을 금세 넘기니 음료수 마니아들은 생활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참고로 매일 사이다 한 캔을 마셨다면 41분을 걷거나 17분 동안 산에 오르거나, 그것도 싫다면 자전거를 35분 타야 한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지방간 예방? 식품의 뒷면을 확인하라!

간은 어지간해서는 신음을 내지 않는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성보다 진행 속도가 느려 성격이 무심한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괜히 입맛이 없고 몸이 피로하다면 지방간의 경계경보로 접수해야 한다. 이유 없이 살이 빠진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간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방간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지방간에 특효인 약제는 없다. 다이어트에 지름길이 없듯 간의 지방을 빼는 데도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정답이다. 단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들은 투자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만 끊으면 개선할 수 있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생활 습관을 통째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기억할 사실은 식습관 개선에는 식품의 ‘뒷면’을 확인하는 습관까지 포함된다는 것. 가공식품의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라는 의미다. 아마도 이제까지 무심코 섭취하던 당 함량을 확인한다면 묘한 배신감에 몸을 떨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많은 당을 먹었던 거야?”라면서.

그렇다고 지방간을 개선한다는 구호 아래 갑자기 살을 빼는 행위는 좋지 않다. 과도한 금식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추가적인 간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어서다. 최소한 단백질과 지방을 30퍼센트씩 섭취하면서 체중의 10퍼센트를 3~6개월 내에 서서히 줄여야 무리가 없다. 시중에 떠도는 민간요법도 금지 대상. 조용균 교수는 “간에 좋다는 인진쑥, 돌미나리, 헛개나무 등을 무턱대고 섭취하다가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유통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간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오늘부터라도 최대한 천연 식품을 섭취하고. 가공식품을 살 때는 뒷면을 확인하며, 운동을 습관화할 수밖에. 건강 상담 사연을 제공한 사례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쉽게도 지방간 예방과 개선에 지름길은 없다.

내 몸은 정상일까, 비만일까?

지방간은 살이 찌거나 배가 나오면서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평소 자신이나 아이들이 표준체중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공식은 이렇다. 체질량지수=체중(kg)÷키(m)2, 표준체중은 (키(cm)-100)×0.9. 체질량지수는 25를 초과하면 비만으로 판단하고, 표준체중은 110~120이면 과체중, 120 이상이면 비만, 20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미즈내일 박지현 리포터 true100@empal.com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