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와 트림은 자연적인 생리 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방귀와 트림도 지나치면 위장과 대장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특히 트림은 <동의보감>에서도 치료하기 어려운 증상이라고 기록되었을 만큼 일종의 질병으로 여겼다는데…. 방귀와 트림, 정상과 질병을 오가는 기준은 뭘까? 


 
방귀와 트림, 왜 하는 거지?
우리 몸 속의 가스는 대부분(60%)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 20% 정도는 혈액에서 확산해 들어온 것이며, 나머지 40% 정도가 음식에서 생긴 것이다. 과일, 콩, 밀, 고구마, 옥수수 등 흡수율이 낮은 탄수화물이 함유된 음식에서 가스가 많이 생긴다. 고기, 달걀 등 단백질에서도 가스가 만들어진다.

속편한내과 김윤배 원장은 “음식에서 생기는 가스는 장내 세균이 음식의 특정 성분을 발효하거나 분해할 때 발생하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스가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된다는 것.

속편한내과 김영선 원장은 “물 1ℓ를 마시면 공기 15~20ml를 같이 먹는다”고 말했다. 어른이 하루 평균 1.5ℓ의 물을 마신다고 가정하면 공기 2.2~3ℓ를 삼킨다. 또 음식물이나 침과 함께 삼키는 공기의 양을 생각하면 어른은 매일 경우 3ℓ가 넘는 공기를 삼키는 셈이다.

그러면 이 공기가 모두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될까? 방귀는 대부분 이렇게 삼킨 공기로 구성되지만 우리가 하루 배출하는 방귀 양은 0.5 ~ 1.5ℓ다. 따라서 우리가 삼킨 공기 3ℓ중 일부는 방귀로 나가고 체내에서 흡수도 되지만, 나머지 많은 양은 알게 모르게 역류되어 트림으로 나오는 것이다. 결국 방귀와 트림은 체내 가스가 원인.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식사 후 트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게 김영선 원장의 설명이다. 

 

병으로 분류되는 방귀와 트림의 기준은?
“방귀는 정상의 범주에서 보면 하루 14회 내외가 적당합니다. 지나치게 자주 방귀를 뀌면서 묽은 변과 복통이 동반된다면 장의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김윤배 원장은 “육류나 콩류, 달걀, 가공육의 과다 섭취가 지독한 방귀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변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위궤양이 있을 때도 방귀와 트림이 심해진다. 대부분 먹는 음식에 따라 방귀와 트림의 정도가 달라지는데, 채소류에 비해 소화가 더딘 단백질로 구성된 음식물이 장에 오래 머물면서 가스를 배출하고 악취를 풍긴다.  트림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식후가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트림은 병일 수 있다. 김영선 원장은 “병적인 트림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거나 만성적으로 목이나 가슴, 배의 불쾌감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만성 트림 환자들은 트림을 하면 목이나 가슴, 배의 불쾌감이 다소 좋아지는 듯 느끼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공기를 삼켜서 일부러 트림을 한다. 이 경우 볼펜을 입에 물게 하면 트림이 현저히 줄어드는데, 그런데도 흉부나 복부에 불쾌감이 지속된다면 흉부 엑스선사진과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다른 질병이 있는지 봐야 한다.

 

 
방귀와 트림, 몸속 가스 줄이는 게 우선 
병적인 수준이 아니라도 방귀와 트림이 심하다면 가장 먼저 몸속 가스를 줄여야 한다.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먹어야 하는 오징어나 껌, 사탕 섭취를 줄이는 게 우선.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도 중요하다. 그만큼 공기의 흡입을 줄이기 때문이다. 금연도 흡연을 통해 외부 공기가 체내로 유입되는 걸 막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스를 많이 발생하는 콩, 돼지고기, 유제품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식품 첨가제와 방부제가 많이 함유된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도 가스 유발 식품. 특히 고기류, 햄류, 콩류는 심한 냄새가 나는 방귀를 만드는 재료이므로 삼가는 게 좋다.

장에 과민성을 동반한 운동 기능 장애가 있다면 음식 섭취 제한과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방귀와 트림을 줄이기 힘들다. 반드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윤배 원장은 “큰 병이 아닌 경우가 많지만, 가끔 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종양 등에 따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다는 생각이 들면 병원 방문을 권한다.


미즈내일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도움말 김윤배 원장, 김영선 원장(속편한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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